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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선대본부 아칸소 르포/정일화특파원 제2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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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선대본부 아칸소 르포/정일화특파원 제2신

입력
199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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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사무실,「야전상황실」 방불/요원 350명 쉴새없이 자료분석·검토/아침·저녁 비상회의… 50주에 지침 시달【리틀록(아칸소주)=정일화특파원】 1백50대의 컴퓨터,그 앞에 앉아 뭔가를 부지런히 계산하는 요원들,서류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도표 앞에서 지시사항을 시달하는 수석참모들….

빌 클린턴 후보가 3차례 TV토론을 모두 만족스럽게 마친후인 20일 상오,아칸소주도 리틀록의 중심가에 위치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는 마치 승전을 눈앞에 둔 야전사령부를 방불케 했다. 대책본부로 쓰이는 3층짜리 전 아칸소 가제트신문사 곳곳에는 백악관 입성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고,요원들간에는 『자,조금만 더 뛰자』는 기분좋은 격려가 오갔다.

「승리를 향한 초읽기」라는 대형 표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금방이라도 『브라보,승리,만세』라는 외침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들뜬 분위기속에서도 막판까지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읽을 수 있었다. 대책본부의 맨 위층은 여전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채 「전쟁상황실」(War Room)로 운영되고 있었다. 3층 출입을 시도했으나 『죄송하나 안된다』는 대답뿐 이었다. 1,2층은 현장국 조사국 선전국 조직국으로 쓰였으며 3백50명의 요원들이 쉴새없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주요 참모들은 상오 7시와 하오 7시에 전쟁 상황실에서 보도진의접근을 불허하는 비상회의를 한다. 회의후에는 어김없이 전국 50개주에 깔려있는 현장운동 조직으로 지침이 하달된다.

분주함,긴장감,승리감이 어우러진 가운에서도 저변에는 「전후처리」를 구상하는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클린턴이 백악관에 들어갈 경우 누구,누구가 함께 갈 것이라는 귀엣말이 대책본부에서도 흘러 다니고 있었다. 구체적인 하마평까지 오르내리고 있었다. 비서실장에는 선거본부의장 미키 캔터가,국무장관에 워렌 크리스토퍼 전 국무차관,국방장관에는 래스 애스핀 하원 군사위원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서 가능한한 초연하려는 측은 대변인실이었다. 선거본부 부대변인 마크 긴스버그씨는 『아직 말이 없는데 마차를 준비할 수 없다는 클린턴의 엄명처럼 지금은 하마평에 관심 기울일 때가 아니고 전쟁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유권자들은 클린턴의 정책과 부시정책의 차이점을 소상히 알게 됐다. 우리는 국민의 마지막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만 다를뿐 우리 정치판에서 많이 쓰이는 「진인사대천명」을 듣는 기분이었다.

여러질문에 소상히 답변하던 긴스버그씨는 특히 한 당부를 했다. 다른 본부 참모들에게는 가능한한 질문을 삼가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대변인과 부대변인,그리고 이들이 허락하는 사람만 만날수 있다고못박았다. 주요 참모들에게도 대변인실 허락없이 외무언론과 접촉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줬다고 말했다.

긴스버그씨는 『표면적인 이유는 선거운동 시작때부터 만들어 놓은 원칙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세를 굳힌 마당에 혹 누가절못 말해 재뿌릴가 두려워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솔직한 대답이 나왔다. 돌다리도 두들기려는 클린턴 측근들의 세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책본부에는 외교담당 수석자문역인 엘리자베스 베이글리 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워싱턴 소재 조지타운대 법학교수이면서 민주당정책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골수 여성 민주당원이었다.

『한반도 정책을 비롯한 클린턴의 동아시아 정책은 어떤것인가. 부시 행정부와 다른점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질문했다. 그러나 베이글리 박사는 『지난 7월의 뉴욕 전당대회 정강정책에서 언급된 사항,즉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확실할뿐 구체적인 세부정책은 수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참모구성에는 아직 아시아담당이나 한반도 문제 담당 같은 전문적 분화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내문제,그것도 국내경제 문제 싸움이지 국제관계는 뜨거운 쟁점의 대상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그는 현재 북한의 위협이 있다고 보고 이 지역에서의 제2차 감축계획을 중지하고 있는 점,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공약 재확인 등의 부시 행정부 정책에 기본적으로 이의가 없는 것도 클린턴이 이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끌어내지 않는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클린턴의 외교정책은 아직 영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역으로 우리정부가 발빠르게 클린턴 측근들과 관계를 긴밀히해 우리에게 유리한 정책을 유도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해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투표일을 불과 2주 남겨놓고도 클린턴 후보에게 15포인트 이상 여론지지도가 떨어져 있다. 부시 지지는 35%선을 넘지 못하는 반면 클린턴은 50%선을 넘나들고 있다.

벌써부터 아칸소에는 관광객이 늘고 외국투자 상담도 급격히 신장하고 있다고 한다.

클린턴이 내세우는 변화는 아마도 그가 12년간 주지사로 일해온 아칸소에서 가장 먼저 실현될 것 같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를 나오면서 뒤돌아본 아칸소가제타건물은 마치 백악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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