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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노트 국내엔 얼씬도 못한다

입력
199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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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이 품질·가격 월등… 2백억 시장 석권/최근 디자인 경쟁가열… 수출도 증가추세『수입품은 경쟁상대도 안된다』

각종 수입상품들이 국내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게 국산품이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업종이 있다. 노트업계는 국산품이 국내시장을 일방적으로 석권,수입노트는 국내시장에 발조차 못붙이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아예 외국산 노트의 수입마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내 노트시장 규모는 연간 1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액수로는 연간 2백억 남짓. 노트의 공식 수출입통계는 없지만 수입노트의 시장비중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실제 어느 문방구를 가봐도 수입노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처음 문구류 수입이 늘어날 때는 수입노트가 국내시장을 잠식할까 꽤 걱정했었다』는 무극사의 주상봉사장은 『그러나 막상 양쪽을 비교해 본 결과 수입노트는 우리 경쟁상대로는 여러가지 점에서 부족하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그래서 노트업계는 「우리 시장 지키기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노트가 국민학생과 중고생,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교육도구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산노트가 내수시장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가격과 질 양면에서 수입노트를 앞서고 있기 때문. 동남아나 중국산 보다 질이 월등히 뛰어나고 일본제에 비해서는 질은 비슷한 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같이 국산노트의 경쟁력이 높은 것은 생산시설 자동화와 업계 내부의 질경쟁 때문이다. 특히 노트업계의 「디자인 혁명」은 제품의 질을 한차원 끌어올렸다.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 70년대까지만 해도 노트의 대명사도 불렸던 칠성노트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침몰하고 모닝글로리와 바른손 등 「디자인 혁명」을 주도한 회사가 선두로 급부상하는 격변을 겪었다. 또 최근에는 무극사,대한노트사 등 창업한지 20∼30년 된 「원로급」 5개 노트회사들이 공동 디자인 제도를 채택하고 실지회복에 나서는 등 업계 내부의 품질경쟁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디자인 혁명」의 주역인 모닝글로리는 한국적인 소재의 고급 디자인 노트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공장설립 5년만에 전체 문구업계에서는 3위,노트류에서는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직원 약 2백명중 40명이 디자이너인데 이번 신입사원 공채에서 디자이너 16명을 추가 모집할 정도로 디자인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달리와 별리」 「몽이,몽실이」 「고사리와 친구들」 같은 깜찍한 캐릭터를 연속 히트시키고 있다. 수출 역시 호조를 보여 올해에는 노트 1백20만달러 어치를 비롯,총 4백만달러 가량의 수출목표를 잡고 있다.

「금다래와 산머루」란 캐릭터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바른손 역시 50명 정도의 디자이너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들 두회사는 모두 노트에서 개발한 캐릭터를 앨범,수첩,일기장 등 다른 문구류에도 활용하고 있다. 모닝글로리의 한중석사장은 『문구류 시장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전량 내수와 똑같은 자가상표로 수출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극사 등 5개 노트전문회사들은 지난해 디자인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누리」라는 공동상표를 채택해 노트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문구공업 협동조합의 김수철 기획업무부장은 『노트는 이윤폭이 좁아 다른 제품에 비해 수입판매에 따른 매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업계의 내부의 품질개발 노력이 주효,수입품이 발붙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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