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를 낸 각 정당은 선거대책본부 간판을 달고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각 후보들은 이제 지방을 돌아다니며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이라고 전제하면서 각종 선심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유세전에 돌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신문광고를 통한 공약도 눈에 띄고 있으나 그 내용중에는 엉터리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여서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때만 되면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공약의 홍수가 또 시작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다. 지금 민주·국민 양당사이에 주고받은 금권시비 설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전국 각지에서 선심관광 등 단풍놀이를 이용한 탈선 행위도 적지않다. 대학생에게 일당을 주고 선전홍보물을 뿌리는 성급한 사전 선거운동도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깨끗한 선거가 될 것인가 하고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다소 실망이다.
앞으로 선거가 임박하면서 각 정당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아 여러가지 불법·탈법행위로 분위기가 더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직까지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또 5년전의 대통령 선거에 비하면 무척 조용한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열현상이 나타난 뒤에 단속하려면 때는 이미 늦어진다. 초반에 수상한 움직임이 나타날때부터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조그만 탈법행위나 사소한 부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 다른 선거에서는 흔히들 하던짓 아니냐고 처음부터 가볍게 넘겨버리면 이번 선거에서도 다른 선거와 마찬가지로 타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사전예방 차원에서도 처음부터 철저하게 단속하여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안기부도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고,경찰도 철저한 중립을 외치고 있다. 내무부도 일선 지방행정기관에 중립고수 지시를 내렸다.노태우대통령이나 현승종 신임 총리도 기회 있을때마다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이란 강건너 불보듯 손놓고 구경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관권을 특정후보 지원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중립의 소극적인 해석이다. 깨끗하고 공정한 페어플레이가 되도록 하는데 관권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정 불법 타락행위를 서슬이 시퍼런 관권으로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는 뜻이다. 공명선거에 대한 굳은 의지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어느 정당 어느 후보든 가리지 말고 처리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정감사 현장 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각 정당은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중립내각을 봐주는듯한 인상이고,중립내각 역시 호의로 나오는 그들이 내심 고맙다는 표정들이다. 이렇게 짝자꿍 담합하는 모습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까지 연장된다면 큰 일이다.
중립내각은 중립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선거초반부터 으스스한 찬바람이 날 정도로 사소한 타락행위부터 엄단함으로써 이번 선거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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