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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일 대중문화 개방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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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일 대중문화 개방론(사설)

입력
199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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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와 가요의 수업허용 등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문제를 가능한한 빠른 시일안에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이수정 문화부장관의 돌출발언에 대해 우리는 당혹감을 금할 수 없으며,몇가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야할 필요를 느낀다.일본 영화나 가요 등 대중문화의 수입을 허용할 것이냐,아니면 계속 막아야할 것이냐 하는 것은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이후 37년동안이나 계속된 해묵은 현안이다. 이 문제가 왜 지금 돌출하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수는 없으나,문화부장관이 마침 「문화의 날」에 즈음한때에 일본영화와 가요의 수입에 대해 이미 기본정책이 세워지고 결론이라도 난듯이 발언한 것은 우선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일로 보기 어렵고,충분한 공론화가 진행되어 있지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신중을 결했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여기서 우리는 세가지 이유를 들어 일본 대중문화의 성급한 수입논의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고자 한다.

첫째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 있어야 한다. 일본의 영화나 가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그것이 얼마나 저급한 문화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대중문화를 수출하려는 것은 시장화를 그 목적으로 한다고 하겠지만,이른바 문화침투의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옛 제국주의 시대처럼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유린할 수는 없어도,경제와 문화로는 종속관계를 기도할 수 있다. 한일간의 진정한 문화교류가 필요하다면 먼저 학술과 과학기술의 교류부터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는 아직도 한국에는 일본 영화와 가요 등 대중문화를 거부하는 국민정서가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언론기관이 금년초 만 20세이상 8백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일본영화를 수입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자가 79.3%에 이르렀다. 열명중 여덟명 꼴이다. 일본 영화에 대한 이같은 거부반응은 문화의 호혜적인 개방원칙에 앞서 일본 자체에 대한 국민적 거부반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장관은 러시아 등 동구문화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문화에 대해서만 계속 개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일본 문화는 일제 식민지 통치기간 동안에 우리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그 자리에 대신 심으려했던 침략의 문화였다는 것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일간의 역사적 특수성이 감안되지 않은 문화교류는 불가능한 것이며,따라서 우리 문화의 자생력이 뿌리내릴때까지 감염력이 강한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은 억제돼야 한다.

셋째 우리는 지난해만 해도 대일 무역적자 9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대중문화를 앞세워 일본 상품에 대한 거부반응을 희석시켜 왔다.일본 가요나 일본 패션에 젖은 젊은 이들이 일본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의 건전한·전통문화가 이제 겨우 젊은이들간에 싹이 움터 자라가고 있음을 보게된다. 고귀한 싹이 확고히 뿌리내릴때까지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은 논의자체부터 신중하게 다뤄져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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