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민주당 유대」 긍정적 영향 기대/민주/「미 집권당 부진」 국내 연상차단 노력/민자/국민도 “클린턴 연고”주장… 일부선 “체면손상” 비판막바지에 접어든 미 대통령선거(11월3일)의 향배는 사실상의 대선전에 돌입한 우리 정치권에 어떠한 파장을 던질 것인가.
2주일 앞으로 임박한 미 대선의 결과가 50여일 남은 우리 대선판도에 특정변수로 작용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감안할때 미대선결과가 민자 민주 국민의 3당 후보진영과 유권자에게 직간접적인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기성사실처럼 예상되자 각당은 미국의 정권교체에 우회적 관심을 표명하며 몇몇 대목에서는 벌써부터 신경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민자 민주당이 20일 「클린턴 당선시 주한미군 대폭 감축과 통상압력 가중이 예상된다」는 외무부 분석자료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은 한예. 이날 민주당은 지난 9월 클린턴이 김대중대표에게 보내온 서신을 공개,『클린턴이 당선돼도 대한정책엔 큰 변화가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자당은 이를 즉각 되받아 『의례적인 서신을 마치 큰 정치적 의미가 있는양 부각시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공박했다.
선거전에 임하는 후보진영의 민첩성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선거를 바라보는 우리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날 클린턴 후보가 김대중대표에 보낸 서신을 공개,『클린턴 후보가 승리해도 기존의 대한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홍사덕대변인은 이날 『클린턴후보는 지난 9월 김 대표의 방미당시 측근인 크리스토퍼하일랜드를 통해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한 동북아에서의 미 군사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고 한미교역도 계속 증대돼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해왔었다』고 공개하면서 외무부의 「우려」를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영문편지 사본에는 「동북아 군사력유지」만이 언급돼 있을뿐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한 직답은 없다.
또한 당내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상당한 대한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임을 감안할때 이날 홍 대변인의 발표는 외무부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애기가 나온 김에」 미 민주당과의 특별한 유대를 부각시키려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민주당은 미 민주당이 모처럼 집권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연말대선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를 해왔다.
또한 「내정불간섭」의 외교원칙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미국이 한국 정치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감안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홍 대변인이 이날 『외교에서는 국인이 우선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개인적 친분도 작용한다』고 덧붙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자당은 그동안 미 대선판도에 「유의깊은」 관심을 표명해 오면서도 특정후보에 대한 친소감의 표현은 자제해왔다. 다만 세계적으로 「변화욕구」가 부각되는 흐름속에 주요 외교상대국의 집권당이 급속한 인기하락을 겪고 있는 것이 대선국면에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클린턴의 우세가 확연히 드러난 시점에서 민주당의 「친클린턴」 경향을 선수치고 나오자 못내 찜찜한 표정. 박희태대변인이 『클린턴의 대한 정책천명은 우리 정부 당국이나 각 정당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지 민주당에만 특별히 무게를 실은 것은 아니다』고 양국 민주당의 「동일연상」 의도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박 대변인은 이어 지난 89년말 노태우대통령의 방미때 김대중대표가 미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노 대통령의 의회연설에 불참할 것을 요청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클린턴의 서신을 대선전략에 이용하려는 것은 시대주의 외교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자당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 미대선 흐름이 우리 대선의 초반기세 선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듯 하다. 하지만 아직 후보자격인 클린턴 개인의 서신을 놓고 양대정당이 체면없이 소모적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건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국민당은 미국의 대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나 미민주당의 클린턴후보가 당선될 경우 김 민주대표에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안겨주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국민당은 이에따라 지난 7월 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지명 전당대회에 우리나라 정당중 유일하게 대표단을 파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미 민주당과의 「연고」를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당시 정주영대표의 6남인 정몽준의원을 단장으로 5명의 의원을 파견했던 국민당은 클린턴후보가 우세를 보이자 『우리 당이 선견지명 있는 정당외교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국민당은 무소속의 페로후보에 대해서는 『페로는 사전에 정당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페로를 정 대표와 연결지으려는 외부의 시각을 반박하고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