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의 대선결과에 따라 자신의 일상이나 위상이 달라질 사람이 우리 유권자들 가운데 몇%나 될까. 설사 10%쯤 된다고 하자. 그럼 나머지 90%는 뭔가. 선거와 무관하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들 10% 그룹과는 달라야 하지않을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 모두가 선거에 혼을 뺏기고,그것도 너나 할것 없이 똑같은 시각이나 자세로 선거만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어딘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느낌이다.○이해얽힌 그룹들
이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것과 저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것이 자신의 이해와 직결되는 그룹이 분명 얼마간은 있다. 먼저 관료 그룹을 들 수 있다. 그것도 고급관료쪽이다.
정권교체가 국민일상에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미국마저도 대통령이 바뀌면 수도 워싱턴에서 줄잡아 1만여명의 인구이동이 있다고 하나 우리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요직의 임면권이 있고 그런 이치의 연장은 관료사회의 「자리」들을 지배해 나갈 수 있다. 우리사회의 30년 영남세가 그 실증이기도 하다.
기업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일 것이다. 정경유착이란 정치권의 풍토이면서 동시에 기업풍토이기도 했다. 우리는 재벌의 부심에서 정권과의 역관계를 수 없이 보아왔다. 오죽하면 평생 기업을 하다 정치도 「직영」해보겠다고 나서기까지 하겠는가. 세무서장,경찰서장 하나라도 더 아는 것이 기업에 유리하다는 것이 현실인 한 기업인을 이 그룹에서 빼긴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정치권력과 근 30년을 동일시돼온 군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고 이런식으로 따지자면 아마 얼마간은 더 있을 것이다. 될성싶은 곳엔 열심히 몰려들고 줄을 대고 보는것이 우리 풍토이니 「이해가 갈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쯤 해두자. 그리고 온통 대선에 목을 맨것같은 요즈음의 분위기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해가 걸린 사람들이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선거결과에 별달라질게 없는 사람들마저 누구를 하나 정하지 않으면 크게 불출이나 되는것처럼 쫓기는듯 「억지선택」을 하려는 지금의 풍조는 어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것 같다.
선거까지는 아직 두달이나 남아있고 더구나 우리의 후보군에선 어느하나 선뜻 고르기 어려운 형편이니 적어도 「이해 무관」 그룹들은 「이해」 그룹과는 차별화된 시각에서 선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선입견을 배제한 자유스런 시각에서,국가경영이라는 차원높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후보들을 새로보는 여유를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한달여 앞서 실시되는 미국선거는 후보군이 매우 정돈돼 있다. 어느분의 지적처럼 매우 단순화돼 있다. 자질과 경험면에서 흠이 없고 4년간 시험된 기성품을 고르느냐,아니면 비록 시험되지는 않았지만 변화와 현상타파를 가져올 개연성의 지도자를 고르느냐다. 지금의 추세로는 미국 유권자들은 후자에 걸기로 작심한것 같다. 12년만에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정」과 선택사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적어도 클린턴은 아직 없는것 같다. 앞서 말한것처럼 단순하지도 않고 흔한말로 헷갈리는게 너무 많다. 그래서 주저도 많다. 여론조사마다 「미정」이 다수로 나타나는 것이 그 예증이다.
가령 오랫동안 기성에 도전하고 그 타파를 위해 헌신했던 지도자가 지금은 5·16이래의 집권세력의 수호자가 되어있는 형상이나 전국적인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끝없이 지역적인 녹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것 등이 모두 「미정」의 근거들이다.
그래서 정치권이 모처럼 유권자들을 위해 서비스 할 것이 있다면 오는 12월의 투표용지를 선택이 용이하도록 정돈해주는 것이 될것이다. 「단순한 선택이 가장 민주적 선거에 좋다」니 그런 미정의 요소들을 최소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민자당의 탈당사태도 그런 의미에서라면 단순히 세의 이탈로만 볼것이 아니라 같이 두고 보기에 껄끄러웠던 부분의 정돈으로 볼 수 있고 당의 이미지를 그만큼 선명화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신당의 경우도 마찬가지. 「반양 김이면 누구라도 좋다」는 식의 적어도 「신당」에 대한 일반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수에서 좀 달리더라도,좀 미숙하더라도 「새롭고 정직한 변화」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착실히 모아 지지를 창출할 생각으로 임해야 할것이다. 「기성」이라고 모두 배격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별이 불필요한 것도 아니다.
두달도 채안남은 이 기간 정치판의 정돈을 위해서라면 이합집산은 얼마라도 더 참아줄 용의가 있다. 지금처럼 중첩과 모호함,애매함으로는 속시원한 선택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최선의 선택」을 위해 후보들을 선입견없이 다시보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고 하지만 차선은 그만큼의 불만을 선거후로 미루는 것이다.<편집담당 상무>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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