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의 이방지대 압구정르포(오렌지족의 세계: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의 이방지대 압구정르포(오렌지족의 세계:3)

입력
1992.10.20 00:00
0 0

◎“돈이면…” 과소비 무감각/“비싸야 좋은것” 외제만 입고­먹어/외모도 외국인 추구 성형수술 붐/씀씀이 타계층 전염… 흉내 끝 범죄도지난달 28일 밤 압구정동의 C카페에서 만난 정모양(20)은 마인상표의 검정실크 블라우스에 일본의 미치코 런던제 미니스커트를 입고 일본담배 마일드세븐을 피우고 있었다. 함께온 유모양(22)도 다나케론이라는 수입 블라우스에 시스템상표의 미니스커트 차림.

정양은 갈색 피부를 만들기 위해 30만원을 주고 한번에 30분씩 미용실에서 인공선탠을 10회 했다. 정양은 『요즘 유행하는 속옷도 켈빈클라인 와코루 등 외제』라며 『국산보다 비싸지만 디자인이 좋아 사입는다』고 말했다.

오렌지족 젊은이들이 즐겨입는 옷은 외제일색이다. 미치코 런던,비바유,하나모리 등 일본상표는 물론 베르사체,조지 알마니,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게스 등 생소한 상표가 이곳에선 일반화 됐다.

정양 등과 카페에서 합석한 김모군(20·재수생)은 켈빈클라인의 이터니티향수를 뿌리고 갈채손목시계 순금 목걸이에 게스청바지,폴로셔츠차림. 차는 그랜저이다.

고 2때 미국에 조기유학 갔다가 지난해 돌아온 김군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보다 압구정동이 훨씬 좋다고 한다. 여기에선 뻬ㄴ찌맞을 위험(즉석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하는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외모와 돈이 평가기준이 되는 이곳에선 카페골목을 중심으로 20여곳의 성형외과와 50여곳의 미용실,체형미학원이 성업중이다. H성형외과의 이모 간호사(22)에 의하면 쌍꺼풀·콧대 세우기는 물론 전기로 침을 맞아 살을 빼려는 여자들이 하루에 10여명이나 찾아온다.

승용차 장식에 들이는 돈도 엄청나다. 가장 많이 하는 스테레오장치엔 1백만∼2백만원이 들며 광폭타이어 알루미늄 휠장착에 80만원,선루프 35만원,브레이크 등 코팅 2만원….

이곳 모카센터의 송모씨(30)는 『차값과 맞먹는 인테리어 비용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K노래방 지배인 김모씨(39)는 9월초 자기차를 들이받은 아가씨가 스쿠프승용차에서 내리더니 미안하다는 말도없이 10만원권 자기앞수표 3장을 건네주며 『이정도면 충분하죠」했던 예를 들면서 『이곳 젊은애들은 돈이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N카페의 정모씨(24)는 『여기선 커피전문점을 빼곤 비싸야 장사가 잘된다. 값이 싸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커피한잔에 3천∼4천원,라면 한그릇에 4천원 받는 곳도 있지만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 모델라인 사장 이재연씨(49)는 『상당수 젊은이가 분에 넘치게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이들의 과소비는 2세 교육을 제대로 못시킨 졸부들의 허영심탓』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의 과소비는 이곳을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지난달 25일 절도혐의로 서울 방배경찰서에 구속된 소모씨(25) 등 2명의 수첩엔 압구정동 카페골목의 카페,노래방,인근 나이트클럽,포장마차의 전화번호와 여자 전화번호 1백여개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소씨 등은 경찰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물좋은 여자들을 부킹하기 위해 양주를 마시려면 한달에 2백만원 이상 필요하다』며 『1주일중 4∼5일은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이동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