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 무시한 졸속행정” 평가/파운드 폭락·통합문제등 겹쳐 치명타【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정부가 내년 3월까지 광원 3만명을 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노조와 정당 언론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휘청거리고 있다. 존 메이저 정부의 결정에 대해 전통적인 지지세력인 친보수당계 언론과 보수당 소속 의원들까지 공격에 나서 메이저 총리의 정치 생명마저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
영국정부는 지난 14일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고대상 광원에 대해서는 최고 3만7천파운드(약 5천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되 파업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해 노조의 예상되는 반발에 대비했다. 정부가 이같은 대규모 광원해고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석탄산업이 경쟁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발전소들이 석탄보다 가스를 선호함에 따라 올해 6천5백만톤을 생산한 영국의 탄광산업은 내년 수요가 4천만톤밖에 안돼 이같은 폐광과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습적인 해고계획에 접한 노조는 정부가 교묘하게 내건 보상금정책때문에 파업 등의 강력한 대응을 유보한채 국민여론에 호소하는 우회전략을 택했다. 노조의 예상대로 언론은 정부의 결정을 「세계에서 가장 질이 좋고 값싼 영국 석탄을 팽개치고 값비싼 가스 수입에 의존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정부를 심각한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보수당내 의원들의 반란과 친보수당계 언론의 공격이었다. 광산지역을 지역구로 하고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한 상당수의 보수당 평의원들은 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이번주의 의회표결에서 정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은 21일 의회에 정부정책의 철회를 촉구하는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인데 집권보수당 평의원들의 반란으로 정부의 패배가 거의 확실한 상태이다.
정부의 광원해고 계획에 언론과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심각한 경제상황 때문이다. 영국의 실업률은 5년내 최고인 2백85만명으로 경제인구 10명당 1명이 실업자인 상태이다. 게다가 생산투자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무역적자로 매달 20억달러선에 이르는 등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50개 탄광중 31곳을 폐쇄해서 3만명의 광원을 해고할 경우 연관산업과 서비스산업 종사자 등 10만여명의 추가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정부의 광원감원 계획은 경제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상실한 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이저 정부는 정책을 강행해 21일 의회표결에서 패배하느냐하는 갈림길에 놓여있다. 어느경우든 메이저에게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파운드 폭락과 유럽통합조약을 둘러싸고 곤경에 몰려있는 메이저는 이번 광원 해고계획때문에 4년이나 남은 임기를 제대로 채우기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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