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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투자론 어렵다(NAFTA 회오리·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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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투자론 어렵다(NAFTA 회오리·5 끝)

입력
1992.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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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합작·일사와 제휴 서둘러야/국제적 연대 추세에 독불장군체제 곤란/가전 3사등 부품공장 현지합작 바람직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우리 기업들에 급속한 국제화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EC(유럽공동체) 통합을 시도했을 당시 우리 경제는 자체 경제규모나 대유럽 교역규모 등이 그리 크지 않아 마치 먼 산 불구경하듯 했어도 사실 큰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NAFTA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미국시장 하나만 해도 우리나라 총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대미교역 차질은 곧바로 수출의존형 성장전략 자체가 치명적 손상을 입는 사태로 연결될 수 있다. NAFTA 이후에도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적정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의 생산 교역 투자 방식 등이 종전과 크게 달라져야 한다. 또 EC·NAFTA로 촉발된 세계 경제질서의 지역화 경향 속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다른 국가와 연대없이 고독한 싸움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

멕시코 최대의 비트로그룹은 최근 미국 주방기기 전문업체인 코닝사와 합작,내열 유리용품과 각종 양식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합작회사는 코닝을 비롯한 미국계 유통망을 통해 대미 수출창구를 일원화해 놓았다. 우리나라의 대미 양식기 수출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회사 가르시아 사장은 『NAFTA 이전엔 독일이나 일본 한국 등지와 제휴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젠 미국과 합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화 물결이 개별 기업 입장에선 자본 합작이나 기술제휴 등 각종 기업연합 형태로 구체화 됨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북미지역에 진출중인 국내 가전3사 현지 법인 관계자들도 비슷한 발상의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컬러TV 부문에서 원산지규정 맞추기에 필수적인 컬러브라운관 공장설립을 놓고 삼성·금성·대우전자 현지 관계자들은 3사가 합작투자하면 현재 우리나라 업체의 수요만으로도 경제성이 있다고 3사 합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자동차·전자 등 우리 주요 수출상품은 기술 유형이나 부품체계 등에서 일본과 유사하므로 이미 북미지역에 대량 진출한 일본계 부품업체와 거래선을 맺을 경우 상당기간 NAFTA 압력에 버틸 여지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멕시코 일본상공회의소 가토 사무국장은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업체가 원산지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기업과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요청할 경우 얼마든지 중재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부품 거래선을 트려는 차원 이상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제안이었다. 우리측 현지 관계자들도 『굳이 일본 본토에서 부품을 수입하느니 현지 일본계 업체와 직거래하면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되나 국내 본사의 여건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자국 이익을 위해 끼리끼리 뭉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기술체계 유사 등 여러 여건상 협력 보완체제를 갖추기에 매우 유리한 이웃을 갖고 있으면서 왜 실현 불가능 하느냐는 얘기였다.

NAFTA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형태나 현지 법인 운영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나다의 공인회계사 국균씨는 『북미 3국중 어디건 현지 투자진출이 꼭 필요하다면 먼저 우리 기업이 스스로의 해외투자 운용방식을 재점검하는 일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은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해외 투자에서 1백% 단독투자를 선호해 왔고 그 결과 아직도 본국 모기업의 지원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독자적 경영흑자를 달성한 업체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주재원이 길어야 3년 정도 머문 뒤 모국에 돌아가는 근무방식으로 평생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 경쟁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아무래도 과욕이다. 일본 파나소닉사가 멕시코 법인의 부사장을 현지인으로 임명한 사례는 문화적 격차 극복이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를 충분히 웅변한다.

NAFTA는 원산지 규정을 강화한 이유로 저임금 국가를 통한 우회수출 차단을 들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종종 써왔듯이 국내 인건비 상승을 피해 도피적 해외투자를 시도하는 방식이 국제무대에서 견제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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