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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밖에 길이 없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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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밖에 길이 없었나(사설)

입력
1992.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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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교사가 처음 교단에 설때,상대는 제자가 아닌 어린 학동으로 보일것이다. 교사가 나이가 들수록,매냐 사량이냐하는 고민이 점점 늘어날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세태엔 교사는 외롭고 학생은 학부모라는 배경이 있다. 비록 사랑의 매라고 해도 그 반작용이 크고 무섭기만 하다.중년의 여교사가 체벌의 결과를 고뇌한 끝에 투신 자살했다. 이 사건을 표피적으로만 보면 매우 단순하다. 만화카드놀이를 하는 학생을 꾸짓다가 지시봉으로 때려 팔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혔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교사는 번민끝에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과연 이렇게 불행한 결말이 있어야 할까.

어른의 세대가 보기엔 어린 세대가 버릇없이 자라나고 있음이 견딜수가 없다. 사소한 정도의 악습은 어른 세대가 보기엔 한대의 매질로 치유가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성장세대는 아주 다르다. 이러한 괴리를 메울 방법이 막연한 상태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사랑은 역설적으로 확대되어 간다. 교사는 공부만 시켜라,인간은 부모가 만든다는 자존의식이다.

따지고보면 교사의 체벌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랑의 매질과 감정이 서린 매질이 구별이 안되지만 그동안 계속 있어 왔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에겐 「사랑의 매」가 차등을 둔것으로 여길 소지가 없지 않았다. 가장 쉽게 느낀 것이 가정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교사들이 반성할바도 있을줄 안다. 그러나 이번 「여교사의 자살」엔 뭔가 우리 사회의 비정과 긴박감이 개입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자살이란 인간의 극한 상황에서도 있어서 안될 비극이다. 피해 학부형에게 사과하고 최악의 경우,교단을 떠나는 각오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단」까지 예상할만 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그만한 사정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까지 남기게 한다.

한편 피해부모의 입장에도 연민의 아픔을 느낀다. 어느 부모인들 자녀에 대한 사랑에 차이가 있겠는가. 자식에 대한 사랑에 등차가 있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접합점을 찾아야 한다. 교사의 매질은 마땅히 없어져야 하나,그것을 감정의 발화점으로는 삼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초리 한대가 교훈이 된다면 굳이 삼가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매질엔 감정이나 과잉이 없어야 한다. 부모들의 항의도 이선을 넘어서면 곤란하다. 더욱이 자살까지 유발하는 과잉반응은 우리 교육의 파행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쓰라림을 남겼음을 교육계와 학부모가 함께 반추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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