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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서울대학교의 도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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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서울대학교의 도전(사설)

입력
199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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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선전을 자랑하는 나라들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학풍과 전통 그리고 「앞서가는 학문」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자기나라를 「산업선진」 「국제경쟁에서 승리자」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미국의 하버드 대학과 MIT 등 수많은 명문대학들이 미국을 지탱하는 지성과 지도자들을 길러내 20세기를 이끈 1등 국가를 만드는 초석이 되어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프랑스의 국립파리 제4대학,일본의 도쿄대학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이들 세계 초명문대학에 비견할만한 대학은 고사하고,국제적으로 수준급에 속하는 대학 하나도 아직 갖고있지 못한 것이 거짓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서울대가 개교 46주년을 맞아 국제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교수연구 업적과 강의평가제를 도입하고 ▲학사업무 심사분석제를 도입하며 ▲백화점 식으로 세분화되어 교양과목 강의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학부학사과정을 개편,대학원 중시매학으로 지향하겠다는 것 등을 골자로하는 학사운용 쇄신 방안을 확정,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는 것은 여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대학들이 선진국의 우수한 대학들처럼 되려면 여러가지 필요충분조건들이 마련돼야한다. 학교 재정이 튼튼해야하고 강의실과 설험실습 기재도 충분히 갖춰야 하며 도서관과 장서도 부족함 없이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우수한 제자들을 제대로 가르쳐 낼 수 있는 교수와 날로 발전하는 학문과 신기술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교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다. 또한 우리 대학들에서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시급한 과제는 교수를 자신이 「교수로서 학문연구와 가르치는 일」일 과연 얼마나 충실하게 하고 있는가 하는 자기반성부터 해보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임강사가 되고 그럭저럭 부교수까지만 되면 교수로서 65세 정년이 자동보장되는 풍토에서라면 교수인들 나태해지지 않을 까닭이 없다.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과다한 강의시간,타율에 얽매여 학문의 자유마저 위축당해야 했던 지난 시절의 학내 분위기 등을 들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다보니 현실속의 안주가 우리만의 탓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는 달라지고 있다. 교수들도 뼈를 깎는 경쟁을 해야할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이나 뽑는 것으로 대학의 서열을 판정할 것이 아니라 보통의 학생을 받아 우수하게 가르쳐내는 실적으로 대학이 평가되는 대학사회의 새 풍토를 조성하는데 대학과 교수들이 앞장서고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국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학이 될 수 있다.

서울대의 학사운용 쇄신방안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실행이 차질없이 착수되고 지속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정부와 기업이 서울대의 도전을 뒷받침하는데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단계 수준을 높여보려는 서울대의 이 계획과 의지가 우리나라 모든 대학들의 깊은 잠을 깨워 발전의 대열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까지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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