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응답하라”/세계 8곳에 초대형 전파망원경/초당 천만개 전자파 분석/수백명의 과학자 참여… “탐지 가능성 높다” 기대【파리=한기봉특파원】 『외계인들이여 말하라. 인류가 당신들의 말을 들을 것이다』 지구는 12일 우주 공간을 향해 거대한 귀를 내밀었다. 문명이 있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위한 인류의 원대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이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5백주년을 맞아 미국과 푸에르토리코,호주,프랑스 등 세계 8곳에 설치된 초대형 전파망원경(라디오텔레스코프)이 일제히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파망원경은 우주공간에서 발산되는 모든 전파를 수집,분석하는 접시형 안테나.
만약 과학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사는 항성이 존재한다면,그들이 의도했든 안했든간에 그곳에서 발산된 모든 전파신호를 이 전파망원경은 포착한다.
혹시 외계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이를 분석할 수 있다. 또 우주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수집된 전자파에서 자연발생적인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파장이나 독특한 성격을 띤 것이 있는지를 가려냄으로써 이것이 어떤 외계의 문명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주관하에 세계 수백여명의 우주과학자가 참여한 이 계획의 이름은 「메가세트(MEGA SETI)」,즉 「지구의 문명탐사 계획」인 「세티」를 한단계 발전시킨 프로그램이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하는 계획은 종전과 달리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효율적이고 야심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북반구 등 세계 곳곳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의 중심은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잔파망원경. 반경 3백m의 이 접시안테나는 1초에 1천만개의 전자파를 수집,분석하는 능력을 갖고있다. 종전에는 1천개의 분석만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 전파망원경을 단 3분만에 지난 30년간 해온 모든 작업량과 맞먹는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모하비 사막에 설치된 것 역시 아레시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특히 한 전파를 찾아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호주와 프랑스 등에 있는 전파망원경들은 아레시보 망원경이 수상쩍은 전파를 찾아내면 일제히 발산지점을 향해 안테나를 집중시키는 보조기능을 한다.
무한한 우주공간을 상대로한 이같은 작업은 망망대해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일과 비견될 만큼 어렵고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만도 4천억개의 별이 존재하며 이중 단한개의 별에서 1조개의 파가 발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가세티 계획은 탐사대상을 지구에서 1백광년내에 위치하고 태양계와 유사한 형태인 8백개의 별에 한정했다. 이 공간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계인(ET)은 여전히 공상소설 속에서만의 존재인가. 많은 우주과학자들은 우주에 문화와 문명을 갖춘 생명체가 사는 별이 있을 것이라고 점차 믿고 있다. 이들이 지구와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의 발달된 과학문명을 갖고 있다면 어떤 신호를 보냈거나 지구에서 발산되는 온갖 전자파를 탐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자들은 지난 30여년간 외계의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확신은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지를 수도 없다.
77년 8월15일 미국 오하이오의 천체안테나는 사수좌의 방향으로부터 지능을 갖춘 생물체에 의한 것으로 믿어지는 전파를 최초로 탐지했다. 그러나 이 전파는 단 한번에 그치지 말았다. 86년 10월10일에도 미국 하버드에서 역시 같은 방향으로부터 마치 주파수대를 시험하는듯한 매우 교묘한 전파가 포착됐다. 그후에도 여러 전파망원경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독특한 전파를 수집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들이 모두 외계인의 메시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보다 반복적인 신호와 첨단의 분석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난 74년 이래 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2만5천 광년 떨어진 헤르큘레스 성좌의 「M13성단」의 항성에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메시지는 지구에 관한 설명과 인간의 유전자 정보 등이 담긴 1백69초의 전파신호이다. 아직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인류의 메시지에 설령 외계인의 응답이 있다 하더라도 5만년 이내에는 우리 지구인이 이를 들을 수 없다.
과연 인간은 우주 천체속에서 단하나 외로운 존재인가. 그 대답은 먼 미래의 것일 수 있지만 인류의 과학문명은 그 대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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