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주서 상원 12년하원 6년 못넘게/여론 압도적 찬성… 통과땐 정치 대변혁【뉴욕=김수종특파원】 내달 3일 실시되는 미국 총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치 제도와 관행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상하원의원 임기제한을 위한 주민발안이 여러 주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플로리다,오하이오,미시간 등을 비롯한 14개주가 11월3일 총선일에 상하의원의 임기를 재한하는 주민발안 형식의 투표를 실시한다. 임기제한 내용은 몇개주만 약간 다를뿐 대체로 상원의원은 12년(재선),하원의원은 6년(3선) 이상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주민발안투표를 앞두고 이들 주에서 행해진 여론 조사결과는 연방의원 임기제한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가 63%,플로리다 74%,미주리 71%,오하이오 72%,미시간이 67%의 여론조사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0년 콜로라도주가 이 제도를 주민투표로 통과시켰을때만 해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던 연방의원 임기제한제는 올 총선을 고비로 더욱 확산될 추세이다.
연방의원 임기제한 운동이 이렇게 기세를 올리는 이유는 워싱턴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염증때문이다. 백악관과 의회와의 교착상태로 국정은 활로를 못찾는가 하면,의사당이 각종 로비스트들에 의해 점령되다시피 되고 각종 비위 스캔들이 튀어나와 워싱턴 정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판국이어서 임기제한 운동은 순풍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연방의원의 임기제한 운동 지지자들은 법률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높은 지지와는 달리 법률가들은 보수진영이건 진보주의자들이건 대개가 연방의원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미국 헌법은 의원의 자격을 제한하는 요소로 나이,국적,거주규정만 적시하고 있기 때문에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한 지지자들의 법률적 대안은 임기제한은 「자격제한이 아니라 방법의 규정」이라고 맞서고 있으나 논리는 빈약하다.
그러나 임기제한 운동자들은 앞으로 10개 주정도만 가세한다면 임기제한을 연방헌법에 규정하는 헌법개정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갖고 있으며,실제로 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작 당사자인 연방의원들이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자신의 재선운동에 영향을 줄 것 같기 때문에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우선 당선되어 놓고 보자는 심산이다.작년 워싱턴주에서도 이같은 주민발안이 있었으나 폴리 하원 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다른 주에서는 다선의원을 당선시켜 국회의 요직을 맡게해 자기 지역으로 예산을 따내는데 큰 몫을 하는데 원로를 육성하지 않으면 그런 이익을 잃게된다는 명분으로 설득작전을 폈다.
사실 미국 의회는 국민대표로 구성되지만 의회활동의 관행은 철저한 다선원칙(Seniority)이 지배하고 있다. 의장단,총무단,상임위원장은 기라성 같은 다선의원들이 차지하게 되고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4선의 케네디 상원의원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의원임기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데는 부시 행정부의 끈질긴 노력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의 반대로 공화당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되자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염증을 이용,임기제한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클린턴 주지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언론도 이견이 분분한데 민주당편을 드는 뉴욕타임스는 『임기제한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실질적으로 의원활동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원임기 제한 운동의 확산은 부시 대통령의 인기하락과 더불어 워싱턴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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