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역할보다 대내외적 이미지 중시/구심점 잃은 민정계 동요 최소화 포석이른바 「노심」과 「박심」의 향배를 둘러싼 당안팎의 회오리에 뒤뚱거리던 민자당이 정원식 전 총리를 영입,정 위원장 체제 선대기구를 출범시켰다. 정 위원장 카드는 잇단 탈당파장에 고심하던 김영삼총재가 자신의 의원직 사퇴에 이어 제시한 신당 바람차단용 역공세의 성격이 짙다. 정 전 총리가 정당체질에 낯설긴 하나 노태우대통령과 박태준 전 최고위원이 당을 떠난 상황을 의식,선대위원장의 기능적인 역할보다 대내외용 「얼굴」을 중시했다는 얘기이다. 요컨대 정 전 총리가 누구보다 「노심」과 같은 맥락위에 있었던만큼 그의 영입을 통해 구심점을 잃은 민정계의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봤던 것 같다. 김 총재가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거의 1주일에 걸쳐 정 전 총리를 「공략」 했던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재가 중립내각 구성과 관련,정 전 총리 경질을 시사했던 「악연」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는 16일밤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총리와의 인연을 얘기하며 그의 품성을 높이 평가해 정 전 총리의 경질요구가 전체적인 중립내각의 「모양」을 감안한 것에 따른 것일뿐 「사적」인 의도가 전혀 개입돼 있지 않음을 극구 강조했다. 실제 김 총재는 정 전 총리가 평양고위급회담을 끝내고 돌아온후 수차례의 접촉을 갖고 이같은 자신의 생각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전 총리도 사감이나 오해를 충분히 풀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문교부장관과 총리를 거치면서 행정관리 능력을 보여줬던 정 전 총리가 특정정당의 선대위원장으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큰 관심이다. 하지만 최소한 정 전 총리는 김 총재가 결여하고 있는 「여권 지식」을 메워줄 수 있는 카드가 되리라는 기대는 많다.
이와함께 상임부위원장으로 김윤환 이춘구 이한동의원을 임명한 것도 정 위원장 체제의 선대기구 구성의미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바꿔말해 최형우의원 등 민주계를 일체 배제한 점에서 보듯 우선적으로 민정계의 「효율」과 「결속」을 중시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김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 선대기구 인선은 민주산악회 등 김 총재 주변 사조직의 잡음을 누르면서 김종필대표와 정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워 당의 내부단합을 최우선적으로 겨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 전 총리의 영입으로 김 총재의 돌출된 언행을 의문시해온 여권 심층세력과 소위 실향민 표의 상실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 위원장과 3명의 상임부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대선을 이끄는 실세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자당은 54명의 맘모스 부위원장을 지역·직능별로 득표역할을 분담시키는 피라밋형 구조를 처음 시험 가동하는 의미도 아울러 갖게됐다. 특히 그동안 김 총재의 지도노선에 불만을 표출하다 탈당설이 나돌던 심명보 노재봉 김복동 남재두의원을 부위원장 대열에 포함시킴으로써 신당 추진세력을 위축시키는 역바람의 효과도 노렸다고 해야할 것 같다.
당초 민자당은 지역별 부위원장제를 도입,12명 안팎의 중진의원을 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왔다.
하지만 중진의원들의 경계가 모호하고 「중진대열」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자 사실상 위원장·상임부위원장부위원장으로 대별되는 2중구조의 선대기구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민자당의 선대기구 성격은 효율성 측면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계선적 업무라인이 형성돼 있다고는 하나 각 직책의 권한과 책임영역이 불투명해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는 것과 사조직과의 연계여부 등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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