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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반대」 영국민 설득 실패/EC 긴급정상회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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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반대」 영국민 설득 실패/EC 긴급정상회담 결산

입력
199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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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통합” 버밍엄 선언등 채택/회원국 이견도 못좁혀【버밍엄=원인성특파원】 16일 하루동안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유럽공동체(EC) 긴급정상회담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비준을 통한 유럽통합을 재다짐하는 버밍엄선언과 유고 및 소말리아에 관한 선언 등 3개의 선언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버밍엄 선언은 새로운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않아 유럽통합을 둘러싸고 빚어진 최근의 혼란을 수습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날 회의는 당초 덴마크의 국민투표 부결과 유럽통화의 폭락사태 및 영국과 이탈리아의 유럽환율체계(ERM) 탈퇴로 이어진 일련의 난맥상에 대처하기 위해 소집됐다. 하지만 파운드의 붕락사태이후 꼭 한달만에 열린 이날 회의는 회원국들간의 복잡한 사정때문에 주요 의제는 모두 12월의 에딘버러 정기 정상회의로 미루기로 한터라 단지 모양갖추기에 불과한 모임이 될 것으로 예건됐었다.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이 밝혔듯이 이날 회의는 사실상 통합 반대론자들의 공세에 시달려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영국의 존 메이저 총리를 응원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변질돼 있었다.

12개 회원국의 이견속에서도 모양을 갖춰 민들어진 버밍엄 선언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게 짜여졌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적인 EC,중앙집권화와 관료화의 견제로 요약되는 이 선언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각국의 고유성을 말살하고 거대한 유럽연방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통합에 극도로 회의적인 영국 국민을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총리는 독일 프랑스 등의 도움을 얻어 이같은 선언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뒤 유럽통합은 12개 회원국이 함께 해나갈 것이라는 원칙을 재강조하고 영국 의회에서 올해안에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비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메이저의 다짐이 통합 반대론을 꺾고 결실을 보게 될지는 매우 의심스런 상태이다. 우선 버밍엄 선언이 반통합론을 희석시킬만큼 구체적인 알맹이를 담고 있지 않다는게 가장 큰 장애이다. 메이저는 12월의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EC운영상의 「민주적 보완」에 관한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적 보완」이란 개념에 대한 각국의 해석이 다르고 베네룩스3국 등 군소 국가들은 이와는 반대로 EC집행위의 강력한 권한유지를 지지하고 있어 전도는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메이저가 애써 마련한 버밍엄 선언의 빛을 바래게 하는 큰 요인은 탄광폐쇄 문제로 새롭게 돌출된 영국내의 정치 사회적 혼란상이다. 내년 3월까지 영국의 탄광 50개중 31개를 폐쇄하고 광원 3만명을 감원하기로 한 지난 13일의 정부 결정에 대해 노조와 노동당은 물론 종교계와 보수당내 평의원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파운드의 폭락으로 권위가 손상된 메이저는 최악의 정치위기에 몰려있다.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날도 영국 언론들은 탄광폐쇄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정상회담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메이저 자신도 회의가 끝난뒤 정상회담에 관한 기자회견은 간략하게 마치고 국내문제에 관한 회견을 장시간 따로 갖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 이 회의를 영국 국민을 향한 통합지지 분위기 조성 기회로 만들려던 의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이날의 정상회의는 대부분의 언론이 평했듯이「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게다가 당면한 유럽통합에 관한 문제는 전혀 손도대지 못해 12월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만 부풀려 놓았다. 이 때문에 메이저 자신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메이저가 유럽통합 문제에 이어 탄광문제로 빚어진 정치적 위기를 끝내 수습하지 못할 경우 영국의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작업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적극적 통합추진 국가들이 이 경우에도 마냥 메이저를 응원할지는 미지수이다. 영국 언론들은 이런 혼란상이 장기화되면 최근들어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는 핵심 국가들만의 소통합론이 본격 대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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