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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태준 신당 불참」 배경·정국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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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태준 신당 불참」 배경·정국 파장

입력
199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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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공백」 민자·신당 “희비교차”/「장고」 세관망·신변정리 엇갈려/「제3얼굴」 영입따라 대선 변수민자당의 박태준 최고위원이 17일 신당불참 의사를 공식표명함으로써 그의 민자당 탈당선언이후 선명한 시계를 열지 못했던 대선정국은 새 국면을 맞게됐다.

박 전 위원은 이날 핵심측근을 통해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하면서 자신의 이같은 결심이 민자당 탈당을 전후해 일관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은 아울러 이날의 입장표명을 사실상의 「정계은퇴」로 해석하는 시각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은 또 자신의 뜻을 조용경보좌역에게 전하면서 『내 의사가 가감없이 분명하게 전달돼 앞으로 내 얘기가 언론에 거론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박 전 위원 탈당이후 심한 동요를 보여왔던 민자당 내부의 이탈기류는 진정국면으로 선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당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 같다. 특히 그동안 「박심」에 기대며 양김 주도의 대선정국 반전을 겨냥해왔던 신당 세력은 「대내외적 지주」를 잃어버린 셈이어서 이들이 「박심 공백」을 어떻게 메워나갈지 주목된다.

이와함께 17일 서둘러 선대기구를 발족시킨 민자당은 더 이상의 세력손실을 제어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그동안 박심의 공백을 메워야할 과제가 민자당 몫이었다면 이제부터 그 과제는 신당추진 세력으로 옮겨진 것을 의미하며 신당이 조만간 「제3의 얼굴」을 내놓지 못한다면 대선국면에서 「신당변수」는 일정한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이 신당불참을 최종 결심하게된 배경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지난 10일 김영삼총재와의 「광양담판」이후 1주일간의 은둔기간 동안 적어도 박 전 위원은 자신의 이같은 결심표명을 유보해 왔다. 하지만 이 자체가 신당행을 위한 「힘의 비축기」로 투영돼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박 전 위원이 탈당후 신당 태동추이를 지켜보다가 신당의 성패에 대한 확신이 서질않아 돌연 결심을 불참쪽으로 바꾼게 아니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실제로 정가일각서는 박 전 위원이 내심 신당참여 가능성을 저울질 해왔으나 신당의 추진속도가 워낙 느린데다 지난 15일 강재섭의원의 잔류선언을 계기로 민자당의 탈당여진이 잦아들자 결국 사실상의 「정계은퇴」 수순을 밝게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같은 관측은 박 전 위원이 필요이상으로 장기간 거취표명을 유보해온데다 그가 탈당하기전 내각제 공약화를 요구한 것 등 정치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측은 이같은 관측을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즉 박 전 위원의 신당불참 표명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광양회동을 전후해 일관된 의중을 피력한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 전 위원은 김 총재와의 광양회동이후 『김 총재에게 내 진정한 흉중을 털어놓았으며 그동안 김 총재와 인간적으로 잘 알지 못했던 부분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하면서 『회동직후 김 총재측이 나의 정계은퇴를 못박은 것도 틀린말이 아니다』고 했다는 것이다.

조 보좌역은 이에대해 『지난 4일 김 총재와의 회동에서 내각제 문제를 꺼낸 것도 이를 선대위원장직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게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위해 그런 방향으로 가야하는게 아니냐는 식의 나름의 충언을 피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박 전 위원의 이번 결심은 현실정치에 더 이상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광양회동이후 지금까지 똑같은 맥락을 유지해 왔다는 얘기이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볼때 박 전 위원의 신당불참 표명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추가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굴절된채 해석되어지는 상황을 더이상 방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박 전 위원으로서도 자신의 탈당이 정치적 노선을 함께 했던 인사들의 신당 움직임에 촉매제가 된 사실을 부인하진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정치인은 각자의 소신에 따라 거취를 정해야지 사람을 보고 선택을 한다면 이는 지속적이지도 못할뿐더러 국민을 향도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는 신당추진 그룹을 독려하는 의미로 해석되어 지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스스로 탈정치를 결심,「신당구도」서 배제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사실 민자당 탈당파 인사들이 은거기간중 선뜻 박 전 위원을 찾아와 신당참여를 간청하지 못했던 것도 따지고보면 박 전 위원으로 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실제로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특히 이종찬의원의 경우 애당초부터 박 전 위원을 신당 지도자로 비중있게 거론하기보다 강영훈 전 총리쪽에 무게를 두어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전 위원의 이날 입장표명은 신당불참을 공식화,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차단함은 물론 스스로 「신변정리」를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결국 박 전 위원은 정계의 중앙무대에서 사라지게 됐지만 이번 탈당파문을 통해 헌정구조 개혁 등 새로운 정치이슈를 공론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만큼은 다른 각도의 평가로 남을 것 같다.<포항=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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