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조선왕조 기맥 누르려 명정전옆 건축/예산 확보해 연말까지 완료/장서 6만여권 이관… 흉물화창경궁의 마지막 일제잔재인 장서각이 조선왕조의 기맥을 누르고 앉은지 81년만에 마침내 철거된다. 86년부터 창경궁 복원사업을 벌여온 문화재 관리국은 그동안 철거비용 문제로 방치해온 장서각을 연말까지 완전 철거키로 했다.
문화재관리국은 지난 2월 철거방침을 정하고도 예산이 없어 실행을 하지 못하다 최근 5천만원을 확보하게 됨에따라 철거를 시작키로 하고 지난 14일 철거공사현장 설명회를 연데이어 19일까지 공개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키로 했다.
창경궁 장서각은 1911년 일제가 조선왕조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옆 자경전을 헐어내고 그들의 고유건축양식인 천수각은 본따지은 건물로 이왕가박물관과 서고로 사용돼오다 81년 건물안에 보관돼 있던 6만여권의 장서가 정신문화연구원으로 이관된 후에는 빈 건물로 흉물처럼 방치돼왔다.
장서각은 특히 명정전을 중심으로 볼때 풍수지리상 좌청용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일제는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이름까지 바꿔 훼손하면서 장서각을 지은데 이어 우백호에 해당하는 남쪽언덕에는 식물표본관을 짓고 벚나무까지 심어 궁궐을 유원지화 해버렸다.
대지 85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 연건평 2백25평의 벽돌건물인 장서각은 일제가 조선의 5대궁을 훼손하기 위해 지은 건물 가운데 조선 총독부청사(현 국립중앙박물관)와 함께 아직까지 남아있는 2개중 하나이다.
장서각의 용마루 밑에는 일본 봉건영주들이 사용하던 오얏꽃문장이 새겨져 있어 그간 사학자들로부터 「국치의 상징이 남아있는 오욕의 건물」로 평가돼 줄기차게 철거주장이 제기됐었다.
문화재관리국은 장서각 철거후의 공간활용문제와 철거된 건축물의 박물관 전시여부 등은 추후 협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건물의 철거에 대해 서울대 신용하교수(사회학과)는 『일본사람들이 조선궁궐을 훼손하고 세운 건물을 철거하고 궁궐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서각 철거를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총독부 건물도 문화재 원형보존차원에서 반드시 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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