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4차 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북경은 붉은 플래카드의 도시이다. 도시 외곽지대만 해도 띄엄띄엄 내걸린 이 붉은 플래카드가 중심가로 향하면서 촘촘해지기 시작해 대회가 열리고 있는 천안문 광장에 이르면 붉은 플래카드를 숲을 이룬다.중국이 공산당배 국가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는 이 붉은 플래카드에는 대회 개최를 환영하고 대회의 방향을 나타내는 각종 슬로건이 적혀있다.
갖가지 슬로건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견특당적기본로선 일백연불동요」이다. 당의기본 노선을 1백년동안 흔들림 없이 지키자는 뜻이다. 당의 기본노선이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등소평의 노선을 가리킨다.
그런데 사족처럼 여겨지는 「일백년」이란 글귀는 역설적으로 등 노선 역시 모택동 노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등의 사후에는 부정될지 모른다는 현 개혁 지도부의 우려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가까운 장래에 대한 우려때문인지는 14대의 정치보고는 죽은 모의 사상을 산 등 노선으로 완전 대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모 사상을 실제적으로 부인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을 채택하면서도 모택동의 역사적 업적과 위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15일자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14대의 역사적 공적에 대해 평술한다」라는 제하의 평론을 통해 모와 등의 관계를 번신(해방)과 부유로 정리하고 있다.
모가 번신을 이룩했다면 등은 부유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등소평 집권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심척에 내걸렸던 등소평의 초대형 초상화는 14대를 앞두고 모택동의 초상화가 내걸린 천안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왕부정앞까지 진출했다. 등 초상화의 북경 입성은 모 사상을 등 노선으로 대체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종합해볼때 그 보다는 실사구시를 제창한 지도자로 결국 말년에 모의 개인숭배 행태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자신의 사후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는 등소평 역시 모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등소평과 모택동의 초상화를 번갈아 보면서 중국 공산당의 좌우 우를 상징하는 양거두가 기묘하게 화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북경에서>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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