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삭감·재정적자 축소 호감사/「자질론」 일관 부시 극적뒤집기 실패【워싱턴=정일화특파원】 13만7천㎢ 크기에 인구 2백35만명의 작은 주 아칸소 주지사로 12년간 일해온 빌 클린턴은 15일에 있은 자유토론 형식의 제2차 TV토론을 성공적으로 끝냄으로써 제42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워싱턴 남쪽 2백㎞지점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대에서 열린 2차토론은 지금까지 언론인들이 후보를 상대로 질문을 하던 방식 대신에 청중 가운데서 무작위로 선출된 유권자가 직접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의 청중은 갤럽여론조사기구에서 컴퓨터로 선정한 2백명. 이들은 ABC방송 여성앵커인 캐롤 심프슨의 사회로 국내의 선거쟁점에 대해 무리없이 골고루 질문을 제기했다. 한 쟁점에 대해 세 후보가 직접 청중에게 설명하고 상대후보와의 차이를 부각시키게 함으로써 13일의 1차토론때보다 후보간의 비교우위가 두드러졌다.
이날 토론의 초점은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반전극을 연출하느냐 하는데 모아졌다.
『현직 대통령은 재선경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선거상식을 뒤엎고 두자리 숫자로 여론지지도가 뒤처져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뭔가 극적인 뒤집기 작전을 펼쳐야 될 절실한 필요가 있었다.
2차 토론이 열린 15일 뉴욕 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시는 클린턴에게 34대 47로 13점이나 뒤지고 있었다.
11월3일의 투표일까지는 이제 겨우 2주반밖에 남지 않았다. 부시는 뭔가 클린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입장에 서있다.
부시는 1차토론때 클린턴이 부시 공격수단으로 썼던 부시 부친에 대한 얘기를 꺼내 다시 클린턴에 대한 인신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지난 토론때 우리 아버지를 거론했는데 사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애국심을 배우고 진실을 말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젊은 동료들이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는때에 모스크바에 가 반전데모를 하던 사람이 과연 이 나라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토론회를 마감하는 연설에서도 클린턴의 인격문제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부시는 『지금 당장 TV에서 외국 어디에선가 위기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고 합시다. 아니 국내의 위기발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그런 위기를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봅니까. 그(대통령)는 신뢰할 수 있고 정직해야 하며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바로 본인이 적격자라고 봅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대해 클린턴은 교육,보건,교통,범죄,환경,사회보장제도,외국기업 진출문제,국방비 삭감 등에 대한 자신의 정강정책을 부시 행정부안과 간단명료하게 비교한후,『여러분의 판단을 바란다. 부시안은 지난 4년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이 작동하지 않는 철학을 갖고 4년 더 견뎌야 하는가.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대조를 보인 경제회복 정책에서 클린턴은 적자예산을 4년간 50%로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부자와 외국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고 하이테크산업에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국방비의 대폭 삭감 ▲정부 재정적자 축소 및 ▲투자증진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답변중 청중석 바로 앞까지 걸어나가 유권자와의 친근감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부시는 이와 대조적으로 자리를 그런대로 지키면서 청중이 질문할때 의자에서 일어나 질문내용을 경청하는 신중함을 보였으나 다른 토론자가 답변할때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는 등 다소 무성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페로 후보는 부시나 클린턴의 팽팽한 맞대결에 밀려 있는 탓인지 배정된 시간을 지키지 않으며 다소 공격적인 자세로 자신의 정책구상을 설명했으나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부시가 진지하고 정직하며 일관성 있는 지도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변화된 사회에 변화된 지도자를 찾자』는 클린턴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는 경제가 잘 안풀리고 교육이 잘 안되는 이유를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지난 4년 임기의 공적으로 냉전승리만을 되풀이함으로써 결국 과거에 사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길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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