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곰」 고성일은 누구인가/이력 “베일”… 땅투기로 재벌부상/증시 침체로 큰 손실 내리막길1천억원을 상호신용금고로부터 불법 대출받은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불구속입건된 세형상사 회장 고성일씨(71)는 「광화문 곰」으로 통해온 증권가의 큰손중 한명이다.
지난해 11월 한보철강 주식으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벌금 2천만원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던 고씨는 한번에 수백억원대의 현금 동원 능력을 갖고 있으며 부동산을 합친 전체 재산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은밀함을 좋아하는 큰손답게 그의 정확한 이력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고씨는 광복직후 가족과 함께 월남,남대문시장 등에서 수입염료상을 해 모은 자금으로 광화문,여의도,개포동,수유동 일대에 사둔 땅이 부동산경기를 타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손꼽히는 부동산 재벌로 부상했다. 78년부터 증권과 사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고씨는 한때 증권사객장을 방문,시세판에서 한줄을 골라 맨위쪽에서 아래끝까지 각 종목당 몇만주씩 매수주문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80년대 들어 증시 활황붐을 타고 수완을 발휘했지만 특정종목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리고 대량매입한 뒤 다시 좋은 소문을 내 일반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 파는 수법을 동원,신사답지 않은 큰손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적발한 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서도 고씨는 전면에 나서지 않은채 아들 경훈씨(33)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영세상공인 등 서민들에게 소액금융혜택을 줄 목적으로 설립된 상호신용금고를 개인 금고화해 떡주무르는듯 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말이다.
80년말부터 당국의 부동산투기 억제책 및 증시의 주가폭락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게되자 고씨는 직원 등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위조,신용금고에서 1천억원을 빌려 3년 동안 증시에 쏟아부었으나 주가하락의 대세에 밀려 투자자금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큰 손해를 입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씨가 실력만 믿고 침체된 증시에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확대투자하는 등 곰의 재주를 부리다 제꾀에 넘어갔다』고 말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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