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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통정책의 새방향/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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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통정책의 새방향/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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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성능과 안전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벤츠와 BMW 승용차를 생산,전세계의 고급 승용차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는 독일.메르세데스 벤츠사가 생산·판매하는 벤츠 상용차(화물수송용 대·중·소형 트럭 등)만도 유럽 EC산하 국가들이 보유한 상용차의 30%를 점유하리만큼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대표적인 국책산업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속도무제한의 아우토반(초고속도로) 체제를 유지하면서 승용차가 시속 2백㎞내지 2백30∼40㎞까지 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유도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것이라는 숨은 뜻 때문이라는 것이다.

1886년 카를 벤츠와 고트리프다임러가 각각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발명했다는 역사적인 동인도 감안할 수 있겠지만,20세기에 와서 특히 전후 40여년동안 독일의 교통정책의 기본은 철도보다는 도로위주였다.

그 결과 독일에는 고속도로 4만2천4백㎞(이중 1만1천5백㎞는 동독지역) 주정부도로 9만7천1백㎞(동독측=3만4천㎞) 지방도로 47만3천4백㎞(동독측=7만7천4백㎞) 등 공로 총연장 길이가 62만3천8백㎞(동독측=12만4천8백㎞)나돼 35만6천평방㎞의 국토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다음가는 긴 도로망이다.

우리는 국토가 독일의 4분의1 정도이기는 하지만 고속도로는 1천5백50㎞ 남짓해 독일의 28분의 1에 못미치고 도로 총연장 길이도 5만6천7백15㎞로 독일의 11분의 1에 불과한 것을 보면 독일의 도로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만하다.

그러나 독일도 철도투자는 역시 소홀해 서독측 2만7천6백㎞의 철도와 동독측의 1만4천㎞를 합쳐봤자 4만1천6백㎞밖에 안된다. 우리의 철도연장 길이 3천91㎞와 비교하면 13배가 넘는 것이지만 독일의 육상도로망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것이다.

그 독일이 통독을 계기로 92년부터 2010년까지를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교통시설 투자 20년 계획을 지난 7월15일 확정하면서 중점투자의 기본방향을 철도와 수로부문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계획기간에 쏟아부을 투자 규모는 자그마치 4천9백30억마르크,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백66조2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재원이다.이 엄청난 투자재원 내역을 보면 교통 시설 보수투자에 1천9백20억마르크,지역교통 시설보조비 7백60억마르크,기타 30억마르크와 2천2백20억마르크는 신규 교통시설과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중에서도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신규 시설투자액의 48.7%와 기존 시설 투자비의 39.5%를 고속철도와 자기부상열차 개발 등 새로운 철도개발과 시설에 투자하며 동독쪽의 기존 철도를 전철화,준고속전철화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철도분야 투자가 도로투자를 제치고 우선적으로 그리고 훨씬 많은 투자비를 점유하게 되는 교통투자 계획은 독일 교통 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친위대 장교중의 장교와 다른 강한 인상을 풍기고 상대방의 심정을 꿰뚫을듯한 광채나는 눈빛의 소유자인 동독 출신의 교통부장관 권터 크라우제 박사는 이러한 교통투자 정책의 전환을 「새로운 교통혁명」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면서 이 계획집행의 장애를 제거하기위한 특별법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39세의 패기에 넘치는 크라우제 장관이 주도하는 이 교통정책의 새방향은 20세기의 구주 자동차산업을 선도했던 독일이 21세기에는 고속철도와 자기부상 열차 등 새로운 철도기술로 세계 철도 산업의 패권을 잡겠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처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교통정책 방향도 새로운 선택을 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독일의 혁명적인 교통정책 방향이 타산지석이 될 수는 없을 것인지를 정책 당국자들이 연구해 봤으면 한다.<독일 본="연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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