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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는 항로이탈 몰랐었다”/「KAL기」 관련자료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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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는 항로이탈 몰랐었다”/「KAL기」 관련자료 주요 내용

입력
199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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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공개말아야” 보고서/사고원인 밝힐 책임단서 없어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크렘린궁에서 장상현 교통부차관에게 공식 전달한 83년 9월1일의 KAL 007기 격추사건 관련자료에 대해 정부는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주변자료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자료는 블랙박스 자체가 아니라 비행기 격추 29분전까지의 조종실내 대화와 지상관제소와의 교신내용 등 블랙박스 분석자료,안드로포프 당시 소련 서기장에게 제출한 조사보고서,블랙박스 사진,국방부 KGB 항공산업부가 공동작성한 보고서 및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 및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 등 모두 10가지다.

이중 가장 중요한 블랙박스 분석자료에 의하면 사고 당시 조종사는 6백60㎞나 항로를 이탈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피격된 순간에야 다급한 목소리로 『압력이 떨어지고 있다』 『1만피트로 급강하중』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한지 20초후에는 『안전벨트를 매고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내용의 기내 자동차 안내방송이 40초간 방송됐으며 이것이 블랙박스에 마지막으로 녹음됐다.

또 당시 KGB의장 체브리코프와 국방장관 우스티노프 원수가 83년 12월 안드로포프 서기장에게 제출한 조사보고서에는 『사고 KAL기가 간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적혀있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미국이 소련의 방공망 능력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KAL기로 하여금 소련 영공을 의도적으로 침범케한 것으로 보이므로 모든 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해야 한다』며 『블랙박스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공개돼서는 안된다』고 끝을 맺고 있다.

소련 당국은 이 두 자료대로 격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건당시 너무 어두워 무슨 비행기인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소련 조종사가 몇번이나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어 격추시켰다』며 미국측의 의도적인 「비행관망」을 비난했다.

이후 소련은 외무장관을 통한 유감표명만 했을뿐 아무런 보상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KAL기를 격추한 장본인인 구 소련군 수호이 15전투기 조종사는 겐나디 오시포비치전중좌가 사건 7년 6개월만인 91년 3월 『구 소련군 당국이 격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발표했던 사실은 모두 허위』라고 폭로했을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시포비치는 「KAL기가 점멸 등을 켜지 않고 비행했으며 전투기가 예광탄을 발사,경고했는데도 무시하고 도주하려 했다」는 소련군 당국의 발표와 달리 당시 KAL기는 점멸등을 켜고 있었으며 자신의 전투기에는 예광탄이 실려있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KAL기가 정상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한 것은 사실이나 소련 당국이 민간여객기임을 알면서도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했다』고 공식발표했을때도 소련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소련붕괴후 러시아 당국 역시 KAL기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즈베스티야지조차 『러시아가 블랙박스를 모두 해독하고서도 유가족들에게 지불해야할 거액의 배상을 우려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철저히 KAL기 사건을 외면해오던 러시아가 블랙박스 분석자료나마 한국에 전달한 것은 11월18일로 예정된 옐친의 방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건의 책임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동안 끈질기게 제기돼온 2가지 큰 의문점에 대한 해답도 전혀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고 KAL기가 왜 6백60㎞나 항로를 이탈한채 5시간 이상 비행을 했는지,2백69명이나 사망했는데도 어째서 단 1구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자료전달식이 끝난뒤 장 차관이 옐친 대통령과 별도의 방에서 가진 요담을 통해 블랙박스 자체가 진상규명에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블랙박스 테이프를 직접 해독해야만 최종결론을 내릴 수 있고 한국민의 감정과 의혹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전달 받은 자료는 다음과 같다.

▲자료 1∼3=추락직전 30분간 승무원들간의 대화내용 및 007기 인근 상공을 비행중이던 KAL 015기와 지상관제탑과의 교신내용 등 블랙박스 음성기록 ▲자료 4=안드로포프 서기장에 보낸 우스토프 국방장관,체브리코프 KGB의장의 서한 ▲자료 5=방공군사령부 전문가그룹 보고서 ▲자료 6=국방장관,KGB의장이 서기장에 보낸 보고 ▲자료 7=티호미릅 육군공병중장의 분석 ▲자료 8=국방성 KGB 항공산업성 전문가의 결론 ▲자료 9=수거당시의 블랙박스 사진 2장 ▲자료 10=앵커리지 이륙때부터의 항적도.<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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