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용패색 가리기등 해석구구지난 두달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운동을 막후 조종해온 제임스 베이커 대통령 비서실장이 벼랑끝에 몰린 공화당 진영의 막판 카드로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부시의 요청에 따라 대단한 미련을 보였던 국무장관직을 떠나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온 베이커는 그동안 일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통령의 재선운동을 막후에서 총지휘해 왔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3주가 채 못되게 남겨 놓고도 공화당이 여론조사에서 뒤지게 되자 『재선 될 경우 베이커를 경제팀의 팀장으로 활용,경제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느닷없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부시 대통령이 11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렸던 대통령후보 3인간의 첫 TV토론회에서 자신의 재임 2기중 산적한 국내문제를 풀어낼 해결사로 베이커를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지난 8월13일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감추었던 베이커도 이날 TV인터뷰에 재등장해 일반의 가시권안으로 재진입했다. 베이커는 이번주 내에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재선된 부시를 도와 국내문제,특히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방안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권자들 사이에서 「유능한 일꾼」으로 대접받는 베이커를 선거판의 칩으로 활용하려는 부시측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정치분석가들의 관심은 도대체 부시가 베이커를 이용해 무엇을,어느정도 얻을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일단 부시가 베이커를 전면으로 등장시킨 기본적인 이유는 그의 재선이 이루어질 경우 이제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유능한 경제팀이 등장하게 될 것임을 약속,땅에 떨어진 유권자들의 신뢰를 주워담으려는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패배를 목적에 둔 부시가 커튼 뒤에 숨어있는 베이커를 끄집어내 책임의 일부를 전가하려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박한 현안보다는 빌 클린턴의 반전시위 경력이나 물고 늘어지게 만든 작전상의 오류라든지 클린턴의 맹공에 늑장 대응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베이커에게 있다는 공화당내에 비난을 감안한다면 이런 추측도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가설은 이미 부시에게 승산이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자 미리 재임 2기의 구상을 밝힘으로써 애써 자신감을 표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말하자면 패색을 가리기 위한 연막으로 베이커를 사용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베이커 입장에서는 부시의 의중이 무엇이든 절대 불리할 것이 없는 입장이다. 만일 부시가 재선된다면 그 모든 공로는 당연히 그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고 부시가 낙선한다면 워낙 대통령의 인기가 낮아 천하의 베이커도 어쩔 수 없었다는 구실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