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연방제실현 헌법개정안 발표/의회 통과되면 4개의 독자정부 탄생/화란어권선 “완전분리” 주장【브뤼셀=한기봉특파원】 21세기에 벨기에는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것인가.
유럽이 보다 긴밀한 통합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EC본부가 위치한 통합유럽의 심장부 벨기에는 점차 2개의 국가로 분리돼 가고 있다.
북부의 네덜란드(화란) 어권과 남부의 불어권 주민간의 갈등과 분쟁이 최근 더욱 고조돼온 벨기에는 이달초 마침내 7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완전한 연방제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이 상하양원에서 통과되면 현재의 의회는 연방의회로 대체되고 두 언어권은 독자적인 새로운 지방의회와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여기에 기존의 브뤼셀(불어·화란어 공용지역 및 동부의 독어권 지방의회 및 정부를 합해 벨기에는 4개의 독자적인 지역으로 연방화된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구수와 경제력에서 우위인 화란어권인 플란더스(폴랑드르) 지방주민 사이의 완전한 독립 여론은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연방제는 결국 국가해체로 이어지는 중간단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데아멘느 총리가 이끄는 화란계 및 불어계 기독사회당과 사회당 연립내각이 난산끝에 마련한 이번 「생 모리스 협약」은 지방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외교역과 농업분야에서부터 교육,문화,환경,과학 등 정책수립과 시행에 관한 권한이 중앙으로부터 이양된다. 연방정부는 단지 외교,국방 물가정책을 주관하는 것으로 돼있다.
특히 무역과 농업,과학분야의 권한이양은 사실상 두지역간 경제력과 부의 분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이후 불어권인 왈롱지역에 비해 경제력에서 뒤떨어졌던 화란언어권과 플란더스 지역은 전후 성장을 거듭,불어권을 압도했으며 이는 언어공동체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화란어권은 불어권에 비해 국민총생산은 약 2.3배,1인당 소득은 1.3,가계소득은 약 2배가 되었다. 인구수 역시 5백77만명대 3백26만명으로 약 1.8배나 된다.
화란계의 분리여론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불어권에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 만약 분리가 현실화된다면 불어권은 이 지역의 공공부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화란어권에 위치했으나 시민의 90%가 불어를 쓰는 수도 브뤼셀의 독립적인 지위문제가 다시 묘하게 된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각 정파는 지난 78년 지방분권화를 위한 헌법개정에서부터 추진된 연방제 3단계 방안의 마지막 단계인 이번 헌법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인구 1천만명에 경상 남북도를 합한 크기의 벨기에가 두개의 언어권으로 양분된 배경은 역사적으로 연원이 깊다. 가깝게는 프랑스(1795∼1814)와 네덜란드(1815∼1830)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고 고대에는 프랑크족이 남부지방을 점령,현재 언어권 형성의 모태가 되었다. 60년대 이래 양 언어권간 대결양상이 본격화하자 벨기에 의회는 63년 언어국경선을 설정했으며 언어권 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존해왔다.
이번 연방안이 과연 목적대로 뿌리깊은 언어,지역간 분쟁을 해소하는 방편이 될 것인지,아니면 거꾸로 분리를 재촉하는 것이 될 것인지 벨기에는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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