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탈당동요 수습위한 “고육책”/김영삼총재 의원직사퇴 안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탈당동요 수습위한 “고육책”/김영삼총재 의원직사퇴 안팎

입력
1992.10.14 00:00
0 0

◎대선체제로 국면전환 겨냥/“기득권 포기” 상대 우위 부각민자당의 김영삼총재가 13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연말 대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배수진의 자세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최근의 당내 동요를 수습하고자하는 의지가 배경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현실적인 정치여건상 의원직을 내놓기 어려운 김대중 민주당대표 정주영 국민당 대표에게 우회적인 압력을 가함으로써 대선전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총재 자신이 이날 국회연설서 『대통령후보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다』고 밝혔듯이 김 총재는 의원직 사퇴라는 「비상수단」을 통해 연말대선에 자신이 가진 모든 「정치적 재산」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평소 기회가 있을때마다 헌정사상 유일무이한 9선의 최다선 기록을 자랑해왔던 김 총재가 의원직을 포기한데는 김 총재 특유의 정면돌파식 결심이 깔려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지난 54년 만 25세의 최연소 나이로 3대 민의원에 당선된이래 정치활동이 규제됐던 시절을 빼고는 5,6,7,8,9,10대와 13,14대까지 38년동안 의사당 떠나지 않았던 김 총재의 의원직 사퇴는 당내와 국민에게 제시된 「비장의 대선카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박태준 전 최고위원의 탈당으로 당내동요가 계속되면서 후속탈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국면전환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김 총재의 한 측근은 『의회에서 물러나 당 총재로서 당내 단합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국민의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김 총재는 지난 8월28일 총재직 취임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선이전의 일정한 시점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시사했던 만큼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김 총재의 의원직 사퇴는 기정사실화 됐었다.

다만 사퇴시기에 대해서는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공식적인 대선운동에 들어가는 11월 초순께로 예상되었으나 예기치 못했던 당내 사태로 인해 한달가량 앞당겨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날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의원직 사퇴를 밝힌것은 원외인사들의 탈당으로 시작된 동조탈당의 분위기를 차단코자 하는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즉 의원직 사퇴는 배수진을 침으로써 흐트러진 당내 분위기를 다잡아 금주중 출범할 선거대책기구를 중심으로해 조속히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시키려는 고육책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지난 5월 김 총재가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이후 당내에는 『대선승리는 확실하고 득표율만이 문제』라는 식의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어온데다 노태우대통령의 탈당직후부터는 당 조직이 아예 일손을 놓아 버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무언가 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김 총재의 의원직 사퇴는 대선을 불과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느슨해진 나사를 조이는 것말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선수를 치자는 「일석이조」의 계산도 깔려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총재의 측근은 이날 『선거운동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의석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책임의식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화살을 다른 당 후보쪽으로 돌렸다.

이 측근은 또 지난 71년 대선때 당시 김대중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고 노 대통령도 당선된 이후에야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사실을 들어가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대선에서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관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의원직을 부담없이 버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는 한편 다른 당 후보들이 쉽게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을 부각시키자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총재 측근들은 그동안 김 총재가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더라도 다른 당 후보들은 뒤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와 더불어 김 총재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후 조성되기 시작한 「10월 대란설」 등 일말의 위기상황을 맞아 개혁 이미지를 내세워 직접 국민을 상대로 하는 「홀로서기」로 대선정국을 이끌어가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측은 이에 대해 『이미 김 총재는 집권여당의 후보로서 부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고 전제,『따라서 오늘의 의원직 사퇴는 김 총재의 대선출마가 나라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점을 국민 앞에 확실히 한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의 비장한 각오에도 불구하고 당내 동요는 향후 정국이 김 총재의 구상대로 펼쳐질지의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게 사실이다.<신재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