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어느 의미에서는 보험사회라 할 수 있겠다. 사회가 복잡하고 고도화되고 위험부담이 커질수록 보험도 우후죽순처럼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미국,일본,EC 같은 선진사회는 삶 자체가 「보험인생」이라 할 정도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험과 동행한다. 의료,손해,화재,해상,생명,자동차,실업보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요즈음의 정국을 보면 「정치보험」이라는 것이 있다면 또한 그것이 가능하다면 국민이나 국가의 이름으로 그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일 것이다.
개인은 거미줄같은 각종 보험의 망으로 재난으로부터의 보호망을 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손해,화재,해상보험 등이 있다. 또한 수출보험도 있다. 수출보험은 우리가 진작부터 「수출입국」을 입에 올렸고 이를 실천해온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기업사이에 인식이 부족하고 또한 생소하게 느껴진다. 수출보험은 글자그대로 예측치못한 유고로 수출대금을 받지못할 경우 그 손실에 대해 보험금을 지불해주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의 국가나 기업에 대한 수출이 주저될때 마음놓고 수출을 단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이 수출보험이 하는 주요 역할의 하나다. 수출보험은 손재율이 높기 때문에 민간이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수출진흥과 시장확대 수단의 하나로 이 제도를 채택,운영하고 있다. 영국이 20년대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이래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들과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20,30년대 모두 이 제도를 수용,활용해왔다. 우리나라는 약 반세기쯤 뒤진 69년에야 수출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지난 7월7일 정식발족할때까지 20여년동안 재보험공사,수출입은행 등에 위탁운영돼왔고 기금도 미약한데다가 관·민의 인식이 부족하여 설땅을 찾지 못했다.
『필요는 창조의 어머지』라고 하지 않은가. 국민 사이에 자동차보험,의료보험이 커가듯 수출기업 사이에 수출보험이 커가야 한다. 무역환경의 다양화에 따라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중국,구 소련 등과의 교역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경제가 완전붕괴된 구 소련과의 교역과 경제협력은 현상태로서는 불가능상태다. 북한과는 변칙적으로 소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예측불능의 땅』이다. 중국과는 교역규모가 지난해 쌍방 50억달러에 접근하고 올해에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듯하다.
그러나 중국이 그들의 5개년,10개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의자본·기술의 투자를 요구한 23개 사업과 관련된 경협을 추진하자면 환경은 간단치 않다. 수출보험,수출입은행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것은 북방교역에서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교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수출보험기금의 취약이다. 69년 설립이후부터 지난 9월말까지 조성된 기금은 5백36억원이다. 연말까지 1백13억원이 순증,6백49억원으로 늘어나게 돼있다. 이 자금은 무역협회의 특계자금에 의한 출연자금 50억달러(91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출연자금이다.
현행기금 5백36억원은 보험책임 잔액 1조8천3백여억원의 2.9%에 불과하다. 위험부담 배수가 무려 34배에 이르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수출보험활용률(수출총액에 대한 보험계약액의 비율) 3%에 불과,선진국의 20% 수준에 훨씬 밑돌고 있는데도 위험부담 배수가 외국의 10배보다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수출보험공사(사장 이동훈)는 수출보험기금을 5년내로 5천억원으로 늘리고 수출보험 이용률도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당면 과제로 하고 있다.우리의 수출도 이제는 질·량면에서 보험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때가 온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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