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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대응 농민 자구노력(일본의 농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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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대응 농민 자구노력(일본의 농업:하)

입력
199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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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선 안된다” 질높이기 안간힘/각 지역 기존쌀 장점모아 신품개발/쌀이외 작목은 가공 부가가치 높여일본 농민들은 농협을 중심으로 신품종개발과 가공식품 생산으로 농산물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쌀의 경우 사사나시키로 이미 시장을 장악한 후루가와 농민들은 지난해 신품종인 「히도메보래」를 첫 수확,시장에 내놓자마자 가짜가 나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 눈에 반했다』는 뜻의 히도메보래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사니시키와 니가타의 고시히카리의장점을 살린 쌀로 개발에는 약 10년이 걸렸다. 사시니시키의밥맛이아무리 좋아도 언제인가는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쌀이 나와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후루가와의 농민들의 판단이 히도메보래 개발의 이유였다.

실제로 추운 날씨 때문에 쌀농사는 안되는것으로 알려진 홋카이도에서는 농협과 도청이 「기라라 397」이라는 품종을 공동개발,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으며 미인이 많다는 아키다 지방에서는 「미인을 길러내는 아키다쌀」이라는 선전과 함께 「고마치」 품종을 내놓는 등 일본 47개현 거의 모두가 신품종의 쌀을 내놓아 개방과 내부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쌀이 많이 생산되지 않는 농촌에서는 식품가공으로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작물을 그대로 출하할 경우 값싼 외국산 농산물과 경쟁이 되지 않으므로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가공에 눈을 돌린 것이다.

홋카이도 동북쪽의 소읍 시호루 농협은 감자 가공으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웬만한 대기업 식품공장보다 더 넓은 6만평의 넓은 면적에 1개당 1만8천톤의 감자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 18개와 자가발전소까지 갖춘 시호루 농협의 감자가공 공장에서는 치즈맛,옥수수맛,쇠고기맛 등 맛과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1백종의 감자 크로켓을 하루 1백만개 생산,멀리 도쿄까지 출하하고 있다. 시호루 농협조합장 모리모토 마사루씨는 『정부가 조금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보호를 구실로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바람에 농산물 자체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어 가공에 눈을 돌리는 농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마켓마다 그득히 쌓여있는 각종 레토르트 밥과 예쁘게 포장된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초밥도 대부분 인근 농협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다. 전자레인지에 넣기만 하면 따뜻한 밥이 되는 레토르트 밥은 여성들의 일손을 크게 덜어줄 수 있어 해마다 25%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농협은 자신들이 생산한 가공식품 생산의 판촉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스카프라는 지역특산 과일과 콩을 원료로 술과 젤리,무공해 두부를 만들고 있는 지도세 농협직원들은 명함에 하스카프 사진을 인쇄,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알리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지도세 농협의 하스카프 와인과 무공해 두부는 인기있는 향토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농가수가 겨우 9백가구에 지나지 않는 사와다 농협은 이곳에 관광 온 도시 사람들이 자신들이 민박한 농가의 오이수확을 거들어 주면 10㎏의 오이를 선물로 주고 이들이 농협의 가공공장에서 스스로 오이절임을 만들어보는 「농산물 가공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이가 완전히 절여지면 만든 사람들의 집으로 보내주고 있는데 『오이를 수확,직접 가공까지 해본 사람들은 우리 농산물의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본의 농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쏟고 있는 노력을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 농업의 존속에 큰 힘이 되고 있다.<동경=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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