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학살자” 규타집회 계속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5백주년 기념일인 12일 미국 전역에서는 성대한 기념행사가 절정을 이뤘지만 이에 반대하는 항의집회도 만만치않게 계속됐다.
항의집회를 주도한 원주민과 흑인단체들은 5백년전의 콜럼버스를 「대량학살의 길을 튼 인종주의자」 「토착문화의 파괴자」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백인에 의해 주도되는 각종 기념행사가 역사의 악몽을 되살릴뿐만 아니라 미화하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분개하고 있다.
최근 몇년사이에 고조되기 시작한 콜럼버스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움직임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이처럼 미 대륙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원주민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사회적 소외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콜럼버스의 날」을 주공휴일로 삼은 콜로라도주의 덴버시가 기념일을 이틀앞둔 10일 기념행사를 전격 취소한것은 이 논쟁이 행사의 개최여부를 넘어서 사회적 갈등의 증폭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 이외에도 남미의 볼리비아에서는 9일 토착 원주민과 농민의 대규모 항의시위에 대비한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페루 정부는 기념행사의 규모를 축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에콰도르에서 벌어진 전국적인 항의시위에서 2명이 죽고 24명이 체포된것 이외에 아직 별다른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12일에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가스,남미의 과테말라 멕시코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인디언 원주민의 항의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혐오와 반감을 넘어서 원주민 대량학살과 경제·문화·종교적 침탈,흑인 강제이주 등으로 점철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5백년 수난사는 묻혀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해결돼야 할 현실적 과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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