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관측… YS주장과 거리민자당을 떠난 박태준 최고위원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주말 탈당계 제출과 김영삼총재와의 담판결렬이후 광양사택에 머물러온 박 위원은 가뜩이나 무거운 입을 더욱 굳게 다문채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고 은거를 계속하고 있다.
12일에는 제철소내 작업장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하는데만 온종일 시간을 할애했다. 부인 장옥자씨 등 가족들은 이날상오 모두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고 박 위원의측근인 최재욱의원과 조용경 보좌역은 박 위원의 행방을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
요컨대 박 위원은 민자당 탈당후 자신의 행보와 관련,일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분명히 했던 셈이다.
나아가 박 위원의 향후거취에 대한 갖가지 관측과 예단도 꼬리를 물고 있다.
관심의 표적은 역시 박 위원의 흉중을 헤아리는 일일것이다. 그가 김 총재측이 애써 기정사실화하는대로 「정계은퇴」를 의도하고 있는지,아니면 신당참여 등의 「외생변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다만 박 위원의 칩거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것이며 결국 신당작업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에 때맞춰 박 위원의 행동반경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리란 관측이 우세한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박 위원이 탈당을 결행하게된 배경에는 「변화를 바라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박 위원 스스로 지향점을 향한 「새출발」의 의미로 해석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같은 지향점이 내각제 개헌 관철이 되었건 양 김 구도 청산이 되었든지간에 박 위원 자신이 「정계은퇴」를 공식표명하지 않은이상 그의 정치적 운신은 「진행형」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박 위원 자신이 이에대해 『차차 명확해 질 것』이란 말을 남긴것만해도 따지고 보면 정계은퇴쪽에 무게를 실으려는 김 총재측의 해석과는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박 위원의 「칩거」는 사실상 모색단계의 성격을 지나 구체적인 추가행동을 위한 호흡조절의 의미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또 한가지 분명한 정황은 설사 박 위원 자신이 신당결성 등 외생변수에 기대를 걸고있다해도 이같은 움직임에 처음부터 깊이 동참하거나 주도하지는 않을것이란 전망이 강한 것이다. 그 자신 이미 민자당과의 결별을 고했지만 의원직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박 위원의 처신은 완성된 구상의 실행수순이라기 보다 구상의 완성을 위한 정관수순이란 쪽의 해석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이와관련해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이 주로 관심을 두는대목은 「노심」과 「박심」의 상관관계이다.
박 위원측은 이에대해 「무관함」을 단언하고 있긴하지만 박 위원의 탈당결행이 「9·18조치」의 산물이란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이같은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겠으나 「노심·박심」의 상관관계 여부야말로 향후 정치판도의 풍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리란 점만은 분명하다고 해야겠다.
이와관련해 한가지 확인되는 사실은 지난 9일 박 위원측이 탈당계를 김영구총장에게 제출하기 앞서 청와대측에 이를 사전고지 했으며 이에대한 청와대측의 반응은 그 당시도,지금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박 위원의 탈당결심을 사전에 알면서도 청와대측은 일체의 간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 대목에 대한 해석 역시 엇갈릴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다.<광양=정진석기자>광양=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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