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합리·온건 노조시대 예고/“초강경 투쟁 회의” 조합원 이탈 속출/사회당 지지명분 상실·재정난 겹쳐/94년 예정 앞당겨… “천군만마 잃은 격” 사회당 위기감【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과격노조단체 총평센터가 내년 3월 해산을 결정,노동운동이 온건노선을 표방하는 연합(노동조합연합회) 단일지도체제로 바뀌게 됐다.
일본 제2의 노조세력 총평센터는 최근의 임시총회에서 94년으로 잡았던 해산시기를 내년 3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89년 총평(노동조합총평의회) 해산에 이은 총평센터의 조기해산으로 일본 노동계에 「총평」이란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옛날에는 육군,지금은 총평』이란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로 악명높던 과격노조단체가 사라짐으로써 일본의 노동운동은 합리성과 온건노선을 추구하는 명실상부한 새시대로 접어들었다.
총평센터가 해산을 앞당길 수 밖에 없는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우선 제1야당인 사회당 지지노선이 연합내의 사회당 지지세력과 졉쳐 유일한 명분이 없어졌다. 지방자치단체노조(자치노) 등 관공서 노조단체와 철강노련 같은 대표적인 산하단체들이 활동무대를 연합으로 옮겨 존재가치도 희박해졌다.
게다가 회비수입도 갈수록 줄어 재정난까지 겹쳤다. 조합원 1인당 월 40엔씩의 회비를 받는 연합에 비해 15엔씩 받고 있는 총평센터의 연간수입은 5억엔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결성이후 지속해온 초강경 투쟁노선에 환멸을 느낀 조합원들의 이탈이 가속돼 온 자연스런 결과이다.
총평센터는 89년 총평해산 당시 반전·평화운동의 계속과 사회당 지지를 목적으로 설립한 잠정적인 총평후계 단체였다. 노조 단체가 연합으로 헤쳐 모일 당시 민사당 지지노선의 우애공의,중립노선의 중립노조연락회의(중연) 등이 설립되자 사회당 지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총평센터 가입회원들도 연합에 가입하는 2중조직 이었기에 94년까지로 활동시기를 잡았다가 이번에 1년 앞당겨 해산키로 한 것이다.
임시총회에서는 이론도 있었다. 일부 지방조직의 대표들은 『반핵 반기지 쌀 시장 반대운동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 앞당겨 해선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조기해산에 반발했다.
그러나 『선거때를 빼고 총평센터가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론이 우세해 조기해산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따라 동경총평센터는 오는 12월중 해산하게 되며,나머지 지방조직들도 대부분 내년 3월까지는 해산된다.
해산후 총평센터는 「사회당과 연대하는 노조회의」(연대하는 회)를 구성,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게 된다. 노동운동에서 정치운동으로의 방향전환이다.
그러나 이 조직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우선 회비를 1인당 월 3엔씩 받기로 했기 때문에 인건비와 지방조직에의 교부금을 제외하면 가용예산은 연간 5천만엔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무국장 등 전업요원들도 몇사람 밖에 둘 수 없는 사정이다.
사회당이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총평정지부」라고도 불려왔던 사회당은 하루 아침에 천군만마와 같은 지원부대를 잃게 된 것이다.
「연대하는 회」는 동경의 중앙조직 결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조직은 총평센터 시대보다 훨씬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47개 도도부현에 각각 지방총평센터가 있고,그 산하에 약 1천개의 조직이 있는 현재의 총평센터는 가입노조 36개 조직에 회원수가 3백만명이나 되는 일본 제2의 노조단체이다.
이런 세력이 없어지고 월회비 3엔의 느슨한 지원조직 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사회당 내에는 내년 총선거를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자치노조 전기통신노조 체신노조 등 사회당의 강력한 지지세력들이 사회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금사정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전기통신노조 철강노조 인쇄노조 등은 이달중에 발족되는 「민사당을 지원하는 노조 회의」에 가입할 움직임이어서 조직면에서도 치명타를 당하게 됐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패배를 계기로 일기 시작한 노조단체들의 탈사회당 현상은 가네마루 사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에도 제동을 거는 사회당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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