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북한과 계속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하는가. 남북한의 경협은 상호간의 경제관계가 보완관계이므로 상호유익하다. 그러나 그 필요성은 한국보다는 오히려 북한에 더 절실한 것이다. 이에따라 북한이 남북경협에 보다 적극성과 타협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치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남북관계 특히 경협협상 행태를 보면 오히려 위상이 뒤바뀌어짐을 느낀다.밀고당긴끝에 합의한 3박4일의 북한 방문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돌아온 남포공단 민관합동조사단도 정부에서는 당초 경제관리를 단장으로 선임하려 했다가 북한측의 고집으로 양보,민간기업 관계자를 단장으로 보내야 했던 것이다. 김억년 대우그룹회장 비서실장이 남포방문단을 이끈것이 그것이다.
북한측은 남북한의 경협을 정부대정부간의 관계보다 「민간기업대 민간기업의 관계」로 추진하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하나의 코리아」 정책에 따라 한국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두개의 코리아」를 인정하는 정책의 모순을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하나의 코리아」 정책은 남북한의 유엔동시 가입,소련·중국의 한국과의 국교정상화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거부되고 있다. 김일성부자의 세습독재체제를 영속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일 뿐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민간기업대 민간기업의 관계를 남한측이 수용한다해도 스탈린주의식 개인숭배의 사회주의체제인 북한에서 「민간기업」이 어디에 있는가. 사실 모두가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대 민간기업의 관계」를 고집하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교조적인가를 보여준다.
그들은 남북협상에서 한번도 원칙적인 양보를 한일이 없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남북고위(총리) 회담에서 「남북사이의 화해·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합의와 그 부속문서의 교환까지 가져오는 진전이 있었지만 민감한 문제는 각자의 임의로 해석한다는 양해아래 회피해감으로써 이루어진 파행적인 타협이었다. 편의주의는 방편에 지나치 않는다. 그 이하도 아니고 그 이상도 아니다. 문제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의 연기나 문제의 증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측은 남포방문단을 그들의 의도대도 민간주도로 만들어 놓더니 이번에는 지난 9일 하오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최각규부총리 방북관련 남북한 연락관 접촉 회의를 무산시켰다. 정부는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을 계기로 최 부총리의 방북을 연기키로 결정할 것을 북한측에 통보할 예정이었다. 북측은 『남한 정부측의 회의소집 목적이 그렇다면 연락관 접촉을 가질 필요가 없으므로 접촉에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발표하면서 남포조사단의 출발을 허용한 것이 잘못이다. 정부는 북의 온건파 입지를 감안한 「제한대응」이라고 말한다.
환상과 꿈에 빠져있지 않은가.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등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보일때까지 대북경협을 전면 유보할 것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