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부당… 옐친 방안 끝난뒤 추진/재단 프로그램은 계속… 장소이전 고려”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규칙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해말 대통령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매일 상오 10시경 모스크바의 중심가 쿠즈조프스키대로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크렘린내 대통령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서였다. 경호관계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저격사건을 우려,출근길과 통과시각을 바꿀 것을 건의했지만 고르바초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권좌에서 물러난 고르바초프는 야인된 뒤부터는 매일 상오 10시경이면 모스크바의 세레메체보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레닌스키 대로에 모습을 나타내곤 했다. 레닌스키대로의 한 블록을 차지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재단」내의 집무실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옛날처럼 검은색의 대형 「질」 자동차도 아니고 경호차량도 거창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거의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를 지나쳤다.
고르바초프의 이런 모습이 최근 며칠동안 사라졌다. 옐친 대통령이 그의 공산당 재판 증언거부를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를 비롯한 몇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밤늦게까지 측근들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느라 일과시간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하던 사태는 현실화 됐고 고르바초프는 2일과 7일,연속적으로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와 재단건물 몰수조치로 현재 측근인사 몇명을 제외하고는 일절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10일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뉴욕 소재 북방연구소의 이창주소장을 만나 옐친 대통령의 정치적 보복조치이후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고르바초르와 이 소장간의 일문일답.
옐친 대통령이 지난 7일 내린 조치는 그가 야인시절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조치를 어떻게 보나.
▲한국방문을 취소할때까지만 해도 정치적인 제재조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단건물의 몰수소식을 듣고 나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시키려는 간악하는 음모라고 느꼈다. 특히 우리 재단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옐친 행정부가 나의 대외활동에 제동을 걸기위해 유치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정치적 보복이다.
이번 조치로 재단사무실이 1천㎡ 정도로 줄어들어 지금까지 추진해온 국제규모의 행사나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없게 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세웠는가.
▲우리는 앞으로 이 건물을 전과같이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각종행사나 교육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특히 새로 입주할 금융연구소와 협의,각종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오는 14일부터 6일간 이탈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귀국직후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포럼을 개최하며 세계지도자들로 구성된 국제 아카데미 조직도 매듭지을 예정이다. 또 가능하면 금년중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
이탈리아 방문과 한국 방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나 재단회장 자격으로 해외여행을 금지당할 이유가 없다.
지난번 한국방문을 위한 출국을 막은 조치는 부당한 것이다. 이탈리아 방문은 이탈리아 정부가 초청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한국방문은 옐친 대통령의 한국방문이 끝난뒤 추진하겠다.가능하면 노태우대통령이 물러나기전 한국을 방문,한소수교 당시의 감회를 돼새겨보고 싶다.
헌법재판소 출두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나는 이미 발표한대로 헌법재판소 책임자가 찾아올 경우 증언할 것이다. 나는 헌법재판소가 공산당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한 결코 응하지 않겠다. 우리 재단의 부회장인 야코블레프 전 대통령 수속 고문이 이미 헌법재판소에 나가 증언했기 때문에 더이상 증언할게 없다고 본다.<정리=이진희기자>정리=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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