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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사 발언이 중국 진의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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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사 발언이 중국 진의인가(사설)

입력
199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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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연 초대 주한 중국대사가 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6·25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앞으로도 유감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것이 여러가지로 귀에 거슬린다. 부임한지 한달만에 한국민에게는 첫선을 보이는 자리에서 주재국의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함부로 했다는데 우선 놀라움이 앞선다. 주재국 정부와 국민의 감정을 거슬러가면서 본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확실하게 얘기했다는 점에서 장 대사의 소신이 돋보이기도 한다.그러나 이러한 장 대사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는 우리 국민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양국 수교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수교협상 과정에서 6·25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었다』고 국민들에게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북경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감표명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서울로 돌아온 한국외교 당국자들은 『유감표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정면으로 상반될때 우리 국민은 우리 정부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믿고 있던 우리는 이제 「유감표시를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다」는 장 대사의 단호한 부정에 어리둥절해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이 하지도 않은 사과를 했다고 우리 국민들 듣기좋게 거짓말을 했는지,아니면 외교적 수사로 적당히 얼버무린 표현을 우리가 아전인수식으로 확대해석해서 받아들이고 중국은 달리 해석하거나 외면하는지,아니면 장 대사가 엉뚱하게 거짓말을 하는지 우리는 정확한 진상을 알도리가 없다.

외무부가 10일 장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해명한 발표를 보면 우리 정부가 다소 과장 확대해석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했다는 인상을 준다. 외무부 발표에 따르면 『수교 교섭 당시 중국은 과거 47년동안 양국간의 불행한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하자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고 6·25를 특별히 지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중국쪽에서 또 뭐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설지는 모르겠으나 이날 외무부 발표대로라면 「중국이 6·25참전에 대해 사과했다」는 당초 우리 발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6·25에 대해 간접적인 언급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유감표시는 없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구했던 6·25관련 사과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장 대사의 발언대로라면 「그런 사과는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수교당시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 국민의 인식과는 정반대가 되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우선 정부는 국민에게 그간의 경위와 진상을 소상히 밝혀 혼선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6·25관련 사과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유감표시를 한일도 없고 앞으로도 할 필요가 없다」는 장 대사의 호언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중국 정부의 진의가 과연 그러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수교를 서두른 중국의 페이스에 말려 졸속협상을 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우리정부는 면치못하게 되었다.

멀리는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에서도 서두른 나머지 정신대나 징용보상 문제 등을 놓쳤고 가까이는 소련과의 수교협상때에도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보상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국교는 이미 정상화 되었고 북경에서 한중 정상회담까지 이뤄진 마당이지만 「후회없는 외교협상」이 새삼 생각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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