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장 「곡절」 야의견 반영/내무·법무 「정치무색」에 중점현승종총리 임명에 이어 9일 안기부장과 4개 선거관련 부처장관을 경질한 내각개편이 단행됨으로써 중립선거내각이 정식 출범했다.
중립선거내각은 이제 오는 12월 대선의 공정한 관리와 대통령 임기말 4개월의 차질없는 국정수행이라는 책무를 안고 역사적 실험대에 서게 됐다.
이번 개각의 초점은 철저히 중립성에 맞춰졌다. 당초의 인선대상 범주에 들었던 학자출신이 빠지는 등 어느정도 행정능력도 감안했다고 하지만 역시 상대적으로 중립성이 중시됐다.
처음부터 전직 각료발탁이나 현직 각료의 수평이동이 배제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김학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개각 인선배경에 대해 『이름과 실제가 똑같게 중립내각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정치적 색채가 없는 인사들을 기용했다』고 정치적 탈색을 강조했다.
우선 안기부장 인선과정에서 생긴 우여곡절과 막바지까지의 진통이 역으로 중립내각구성을 위한 인사권자의 고심의 흔적을 보여준다.
안기부장 경질여부는 처음 이상연부장의 유임 검토에서 안응모 전 내무장관 내정으로 바뀌었다가 8일밤 노 대통령과 현 신임총리의 마지막 인선협의 과정에서 이현우 청와대 경호실장 기용으로 낙착됐다.
노 대통령이 안기부장 경질을 결심했을 때부터 청와대안에서는 안기부 업무의 특수성이나 짧은 임기 등을 들어 안기부 1,2차장을 지낸 안 전 내무장관의 기용이 기정 사실화 됐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자 노 대통령은 고심끝에 측근인 이 경호실장 기용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노 대통령 자신의 공정선거관리 의지나 중립내각의 전도에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남기지 않겠다는 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와대 대변인은 이 실장의 안기부장 기용에 대해 『이 신임부장이 국군정보 사령관을 역임,안기부장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측근인사를 안기부장에 기용한데는 이와함께 「잔여임기 4개월」을 상당히 고려한 결과로도 보인다.
집권당 당적을 포기한채 전도가 분명하지만은 않은 대선정국을 조정·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관의 장으로서 사실상 개인참모라고도 할 수 있는 안기부장에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측근인사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풀이이다.
내무·법무장관에 모두 재야 법조인 출신이 기용된 것도 이번 개각의 두드러진 특색이다. 두 부처 모두 정치적으로 무색중인 중립인사를 찾다보니 재야 법조계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그러나 당초 안기부장에 안 전 내무장관 기용으로 구도가 짜이면서 중립내각 성격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도 내무만은 전·현직 관료출신을 배제하고 철저한 중립인사로 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학자출신도 잠시 검토됐으나 행정경험 면에서 무리가 있고 현 총리가 학자출신인 점 등을 감안,재야 법조계에서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
또 검찰의 「성격」도 고려해 법무장관에는 판사출신의 재야 법조인을 기용하고 자연스럽게 내무장관에는 검사출신의 재야 법조인을 기용,이 점에서도 중립내각의 성격을 나타내려 애쓴 흔적을 보였다.
유혁인 공보처장관과 김동익 정무1장관은 당초 내정된 자리가 서로 맞바뀐 케이스로 알려졌다. 처음 정무1장관에 내정됐던 유혁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마지막에 공보처장관에 기용된 것은 그가 언론계 출신인데다 정부에도 몸담았던 점을 감안,정치력과 행정능력을 함께 기대한 인선결과라는 분석이다.
정무1장관은 처음부터 하마평에 오른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인선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직책의 특성상 국회와 정당을 잘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무색인 중립인사를 찾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중립내각의 책무는 오는 대선을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르는 일과 함께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국정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관련,이번 내각개편이 전문성이나 행정능력보다는 중립성만을 강조한 결과 앞으로 국정수행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개각에서는 경제각료가 전원 유임돼 국정수행의 일관성을 기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를 반영했다.
그렇다해도 4개월의 한시성 내각이 과연 어떻게 팀웍을 이뤄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갈 것인가에 기대와 우려가 쏠릴 수 밖에 없다. 정기국회에서부터 여야 구별없는 대정부 공세를 유효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과거와 같은 집권당의 지원없이 험난한 대선전을 관리해나가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내각」의 가장 큰 책무는 원만하고도 공정한 대선관리에 있고 그 성공여부는 대선이후 정국풍향은 물론 장기적인 면에서 정치풍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