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선진국 경기회복 지연”/외형보다 내실성장에 주력국내 기업들이 내년 경기를 올해보다 어두운 것으로 보고 내년도 설비투자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축소할 계획들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 현대 등 주요그룹들은 정권교체기의 정치적 불안 등 경제 외적인 변수가 많고 선진국들의 경기회복 지연,예측키 어려운 국제환율 등으로 내년도 기업경영 여건이 올해보다도 더 불안하다고 결론짓고 내년에는 투자보다 내실을 다지는 축소 안정지향적인 경영에 주력키로 했다. 각 그룹들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93년도 그룹의 경영기본방침을 각 계열사에 시달,이를 바탕으로 내달 중순까지 각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토록 지시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계열 경제연구소가 예측한 내년도 경제전망을 기초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 6.6%(한국은행 전망) 보다 0.1% 포인트 낮은 6.5%로 예상하고 올보다 낮은 성장률을 각 계열사의 투자계획에 반영,무리한 설비투자를 자제토록 했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는 따라서 무리한 매출확대 등 외형성장보다는 이익중심의 내실성장에 1차적인 목표를 두고 사업계획 마 련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설비투자의 올 수준 동결과 무리한 매출확대 지양 등 기본방침을 정해 각사에 시달하고 오는 11월10일까지 이같은 그룹의 기본방침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도록 각사에 지시했다.
대우와 럭키금성그룹도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과 수출입 등이 올해 증가율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무리한 사업확장을 억제하고 현재 벌여놓은 사업들을 마무리하는 선에서 투자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 그룹들은 또 그룹내 중복사업의 조정과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을 통해 감량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예년의 경우 10월초 그룹의 주요 경영지침을 확정,각사에 투자의 기본방침을 시달했던 선경 쌍용 효성 등은 극도로 불투명한 내년도 경영여건으로 아직 그룹의 지침을 확정치 못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기획담당자들은 『내년 우리경제의 각 지표가 올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며 『잠정적으로 예상한 내년도 국내 경제전망으로 미루어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낼 것 같다』고 말해 주요 재벌그룹들의 내년 설비투자는 극도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그룹들의 이같은 설비투자 몸사리기와 관련,삼성경제연구소 임동승소장은 『조용하고 안정된 가운데 구조조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하나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 최근 국내 기업들의 현실』이라며 『경제 외적인 변수들이 너무 많은데다 국내외적으로 수익성있는 사업도 없어 기업들의 설비투자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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