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점령지평화 맞교환 모색”【예루살렘 AFP 로이터=연합】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8일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협상의 진전을 위한 비밀 메시지를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달한데 이어 이스라엘이 점령지 외부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협상 참가에 동의하는 양보조치를 내놓음으로써 중동평화회담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비밀 메시지를 휴대하고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아무르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한후 이스라엘이 이같은 양보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대표의 참여를 이유로 참가를 거부해왔던 중동지역 문제해결을 위한 일부 분과위 협상에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라빈 총리 및 페레스 외무장관과 연쇄 회담을 가진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도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회담으로 앞으로의 중동평화 과정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회담전망에 낙관을 표시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임무」를 띠고 있다고만 못박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라빈 총리에게 보내는 비밀 메시지의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집트 외무장관으로는 지난 87년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무사 장관은 중동평화회담은 시리아측이 주장하고 있는대로 전면적인 평화와 점령지 모두를 맞바꾸는 포괄적인 해결방안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아랍국에 적극적 “화해신호”/“진정한 팔 대표 배제땐 진전 난망” 인식/경제·난민위도 참가… 시리아 대응 주목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8일 대팔레스타인 발언은 이스라엘측이 점령지 외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을 처음으로 공식 협상 파트너로서 인정했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은 또 시리아 등 주변 아랍국을 향한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화해의사 표명으로 보여 향후 중동평화회담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앞으로 중동평화협상 과정에서 이제까지 팔레스타인의 참가를 이유로 거부해왔던 경제 및 난민처리위원회 등 2개분과위원회에 참가함에 따라 다자간 분과협상도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슬엘은 그간 점령지외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적대노선과 호전성을 이유로 점령지외 팔레스타인과는 대화 및 협상을 무조건 거부해왔다.
페레스 장관이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동예루살렘 출신은 평화회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못박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끼리의 정치적 단결성과 조직력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의 이같은 전제조건은 형식에 불과해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인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측의 전격적인 양보조치는 우선 아랍국가중 맹주격인 시리아에 대한 유화제스처 및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회담의 돌파구 마련을 노린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해서든 주변 아랍국들로부터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받으려는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와의 관계정상화로 우선 매듭을 풀겠다는 복안이다. 때문에 하페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리아측은 「점령지 전면반환」 요구로 일관하며 이를 거부해왔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중동협상 참가동의」는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사전합의하에 정상회담을 미끼로 이스라엘측에 내놓은 요구항목중 하나라는 설이 유력하다. 물론 이를 중재한 것은 아랍국가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평화협약을 체결중인 이집트이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제6차 중동회담이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카이로로 불러 긴급회동을 가졌는데 이때 이스라엘·시리아 정상회담 가능성이 심도있게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라빈 총리 및 페레스 장관이 이날 예루살렘을 방문한 무사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후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대화창구 개방조치를 발표한 것이나 무사 장관도 회담후 『앞으로 중동평화회담이 급진전 할 것』이라고 호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상회담 조건부 이스라엘·시리아 밀약설」에 당사자인 시리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집트나 워싱턴의 외교가에선 「양국관계 개선징조가 농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이스라엘 조치는 『진정한 팔레스타인 대표세력과의 협상없이는 중동평화회담서 더이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측의 자체 판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는 이미 점령지인 골란고원 반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단계적으로 팔레스타인에게 맡기겠다고 천명한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취한 두번째의 대아랍 유화조치다.
지난달 22일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의 국가연합 및 연방제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던 그는 점령지를 모두 반환하더라도 주변 아랍국들로부터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일념으로 연속적인 양보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라빈 총리의 유화적 대아랍노선은 강경일변도를 고집했던 전임 샤미르 정권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엄청난 변화다.
이제부터는 시리아의 대응자세가 주목거리다. 라빈 정권에 더이상의 양보를 요구할 경우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기 때문에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스라엘·시리아간의 쌍무협상은 이스라엘의 유화노선에 대한 시리아의 대응전략과 향후 중동협상의 전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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