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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사상/14기 전국대표대회 전망(개혁중국의 진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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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사상/14기 전국대표대회 전망(개혁중국의 진로:2)

입력
199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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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우선 원칙 무너져/「사회주의 시장경제」로/등소평 실용주의,모 사상 대체 조짐도【홍콩=유동희특파원】 「새장」을 깨뜨린다.(탈조롱) 14대에 관한 전망을 특집으로 다룬 홍콩의 한 시사 주간지가 표지에 실은 제목이다.

「조롱」,즉 새장은 보수파의 대부이며 원로 세대들중 최고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진운의 경제이론을 상징하는 말이다. 「새는 새장 안에서는 자유로이 날 수 있으나 새장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비유적으로 설명되는 이 경제이념은 시장경제의 허용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어야 하며 계획경제의 큰 틀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78년 11기 3중전회이후 금년 2월 등소평의 남순강화가 있기 전까지 중국의 개혁·개방은 해를 거듭하며 심화·확대되었다고는 하나 크게 볼때 「조롱경제」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13대 에서 「사회주의 상품경제론」을 내세운 조자양 등 급진개혁파들이 88년 대대적인 물가개혁을 통해 이 틀을 벗어나려 했지만 좌절했고 89년 천안문사태이후 「치리정돈의 긴축·통제」 경제는 이 원칙을 보다 강화하는 형태를 띠었다.

등소평은 남순강화를 통해 이 경제논리에 정면으로 공격을 퍼부었고 마침내 이번 14대에서 「조롱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이념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그동안 7번의 수정을 거쳐 13기 9중전회에 제출된 정치보고 초안에서는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동의어가 아니며 계획경제 역시 사회주의의 동의어가 될 수 없다』는 남순강화 당시의 등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초안이 제시하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념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가 단지 경제수단으로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양쪽에서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과 「시장」을 동격화시킴으로써 개혁·개방이후 지난 14년동안 지켜왔던 「계획 주 시장 종」의 원칙을 타파하는 것이다.

14대 개막이전 이미 「조롱경제」가 근저에서 뒤흔들리고 있다는 증좌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붕 등 「치리정돈」 그룹에 의해 설정된 연평균 6%의 성장목표는 등소평의 질책을 받고 9%로 상향조정됐다.

또 양자강 연안의 내륙지방이 올해 들어와 대폭 개방됐다. 이는 특구중심으로 「점의 개방」에서 출발한 대외개방이 해안과 국경개방이라는 「선의 개방」을 거친 끝에 드디어 「면의 개방」으로 비약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조치는 「조롱경제」의 틀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것들이다. 부동산,금융업 등 3차 산업의 개방과 88년 실패로 끝난 물가개혁을 최근 대대적으로 단행한 것 역시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의 틀 안에서야 가능한 것이었다.

시장경제의 옹호자인 주용기의 「수직상승」과 꾸준히 나돌고 있는 이붕총리의 해임설,그리고 14대를 불과 몇주 앞두고 전격 적으로 이루어진 왕병건 재정부장의 해임 등과 같은 인사와 관련된 움직임도 「조롱경제」의 퇴장 및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등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조롱경제」로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비약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모택동 사상이다. 진운도 등소평처럼 모택동으로부터 박해받기는 했지만 「조롱경제」는 모택동 사상의 틀안에 담아 둘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념과 모택동 사상과의 모순을 그냥 방치하기에는 그 폭이 너무 넓다. 14대에서 「등소평 사상」을 모택동 사상과 동렬에 세우든가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모 사상을 대체하는 지도사상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45년 7대에서 모택동 사상을 당의 지도사상으로 삼은 이래 모 사상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아직까지도 신성불가침한 영역이다.

등소평 역시 모에 대한 사상적 도전에는 신중했다. 12대에서는 「실제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라는 구호로 모택동 사상을 교조적으로 다루는 것에 반대하는데 그쳤다. 13대에 와서는 「중국적 특색을 갖는 사회주의」를 제창하고 경제건설을 중심에 올려 놓았지만 모택동 사상의 견지를 개혁·개방과 함께 두개 기본점의 하나로 여전히 유지했다.

그런데 남순강화이후 14대를 앞두고 등의 발언은 모에 대한 이러한 예우마저 걷어치우려는 인상을 주고있다. 남순강화를 통해 등소평은 「반 좌」와 사상해방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보수파들이 천안문사태이후 제창한 「반화평연변」 이론을 겨냥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사상을 겨냥한 것이다.

14대를 앞두고 친 중국계 문회보는 중국혁명과 모택동의 이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듯이 「중국적 특색을 갖는 사회주의」의 아버지가 등소평의 아니고 누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신문은 9중전회에 제출된 정치보고를 인용,등소평에 대해 『실천을 중시하고 민중을 존중하며 인민의 이익과 희망에 주의를 기울여 사회주의를 개혁하고 마르크스주의 신경계론 창립하는 공을 세웠다』고 찬양하고 있다.

이 신문의 논리전개는 은연중 등의 사상적 위상을 모와 동렬의 수준으로 올려놓고 있다.

「흑묘백묘론」으로 상징되듯이 철저히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등소평의 노선이 14대에서 「지도사상」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는 중국 공산당 모택동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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