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주부들 대부분 1억원 이상 날려/배후엔 폭력배들… 조직 재건자금 마련경마장 부정사건,인천 H백화점 사장의 20억원 내기골프 사건에 이어 8일 검찰에 적발된 「강남파」 주부도박단 등 3개 도박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도박병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주부도박단은 돈 많고 시간 많은 유한주부가 전문도박꾼이 되어 패가망신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 국회의원,유명탤런트,중소기업체 사장,디자이너 등을 남편으로 둔 이들 부유층 주부들이 처음 알게된 것은 호텔주변의 「여자사우나탕」.
사우나탕에서 벌어지는 푼돈노름에 실증을 느낀 이들은 『큰 판이 있다』는 「꾼」들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 비교적 신변노출의 위험이 없는 호텔 스위트룸을 돌며 거액도박판을 벌여왔다.
남편들이 직장에 있을 시간인 하오 2시께 판을 벌려 귀가시간 무렵인 하오 5시의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이 이들의 철칙.
이들이 벌인 속칭 「싸리섯다」는 일선 수사관들 조차 잘 알지 못하는 신종도박으로 「섯다」와 마찬가지로 판을 돌리고 이에 덧붙여 개당 1만∼3만원에 해당하는 바둑알의 흰돌,검은돌,단추 등 일명 「싸리」를 하우스장으로부터 받아 각자 20∼30개씩을 바닥에 뿌린 뒤 다른 사람의 싸리를 가져와 상대방과 서로 끝수를 비교,승패를 가르는 방법.
즉 전체 판은 그대로 돌아가면서 개별적인 승부가 가능해 한판으로 두세판을 벌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 판을 키우기에는 그만이라는 것. 그러나 하루 판돈 5천만원대의 싸리섯다판에 끼여든 이들은 대부분 1억원 이상을 탕진,하우스장이나 꽁지들에게 돈을 바친 꼴이 됐고 가정은 풍지박산이 났다. 전 국회의원 부인 심동희씨(51) 가족들은 심씨가 도박에 빠지자 가족재산을 타인 명의로 가등기 해두기까지 했고 전모씨(42)의 경우 1억여원을 잃고 남편과 별거하게 되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한달만에 「도박의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판을 찾았다.
유명탤런트 송모씨의 부인 박찬실씨(36)는 친구따라 도박장에 왔다가 나중에는 도박장을 열어주면 사례까지 해주겠다고 졸라 도박개장교사혐의까지 받고있다.
한 주부는 『노래방에서 노래점수를 합쳐 끝수로 겨루는 노래방도박도 주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수사관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한편 이번 도박단 수사과정에서도 「도박 뒤에는 강력범죄가 있다」는 말이 사실임이 여실히 증명됐다.
아도사키도박단 장안동파 꽁지인 박현옥씨(31)는 지난 90년 장안평 일대 유흥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폭력조직을 결성,행동대장으로 활동하다 구속돼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이 일대 도박장을 장악,조직 재건자금을 마련하려 했다.
특히 박씨는 도박장에서 꾸어준 돈 4억원을 받아달라고 부탁한 안상선씨(43·여·구속)와 이 일을 계기로 내연의 관계를 맺고 룸살롱까지 냈다.
또 양재동 택시운전사 도박단은 도박장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상대파 두목을 납치,야구방망이로 폭행해 불구자로 만들기도 했다.
이들 양재동파는 성남행 총알택시들의 집결지인 양재역 주변 공터에 「도리짓고땡」 하우스를 개장한 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비조까지 두고 경비를 해 수사관들이 포목을 해서 접근할 정도였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임철검사는 『소규모 도박꾼들은 대부분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마로 빠져 이제는 전문도박꾼들의 거액도박이 주종을 이루는 경향』이라며 『점점 도박성이 강한 새로운 신종도박이 횡행함에 따라 도박의 중독성도 그만큼 깊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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