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문제 등 집중거론 된듯/TJ “믿음가게 해야” 목청 높여/노 대통령,측근 통해 선대위장 설득설민자당은 8일 박태준 최고위원의 「내각제 공약화」 요구에서 비롯된 당내갈등의 극적수습을 위해 막바지 절충작업을 숨가쁘게 전개시키고 있어 「박태준 파문」은 금명간 결판이날 전망이다.
김영삼총재는 이날 긴급 고위당직자 회의를 소집,수습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김영구총장과 황인성 정책위의장,이춘구 이한동 박준병 서청원의원 등을 포항으로 내려보내는 등 박 최고위원과의 「대화재개」를 시도하고 나섰다.
김 총재의 이같은 시도는 「김·박 대화」의 결렬에 다른 박 최고위원의 이탈 등 당내 파국상황을 막아보자는 의중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엇보다 김 총재가 김 총장 일행편에 내려보낸 「답신」 내용에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4일의 회동에서 차기정부 임기중의 내각제 개헌추진을 이번 대선공약에 내걸도록 김 총재에게 요구한바 있고 사실상 이를 자신의 당내 잔류명분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해왔다. 때문에 박 최고위원은 이에따른 김 총재의 「답신」을 기다려왔고 이날 「6인사절」의 포항 방문으로 어떤형태든지의 김 총재 회신이 접수된 셈이다.
○…이날 하오 4시20분께부터 포철회장실에서 이루어진 박 최고위원과 6인 의원과의 회동은 간간이 박 최고위원의 고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약 2시간동안 진행. 이 자리에서는 내각제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는데 회동장밖에까지 대화내용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음에도 김 총장은 회동후 『내각제 문제는 전혀 언급된바 없었다』고 연막.
특히 『통합때도 문서를 주고받았는데 잘 안됐지 않았는냐』(이춘구)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이한동)는 등 내각제 관련 얘기가 회동장박까지 흘러나왔고 『평소 믿음이 가게해야지…』라는 등 박 최고위원의 역정도 간간이 들려 대화가 순조롭지 못했던 인상.
박 최고위원은 더욱이 김 총재의 밀사격인 서 의원이 별도의 개별면담을 희망하자 『나같은 사람이 소근소근 얘기한다고 듣고 그렇지 않는다고 안들을 사람이냐』고 공개대화를 고집.
박 최고위원은 이번 파문과정에서 민정계 중진의원들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서운했던듯 『여기있는 사람을 모두 마찬가지다』 『똑바로들 좀 해 보시오』라고 큰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김 총장이 『저희들이 앞으로 힘을 모아 추진하겠습니다』라고 하자 『평소에 잘들했어야지…』라며 정색.
박 최고위원은 포철회장직 사퇴와 관련,『장기집권한다느니 포철에 꿀단지가 있다느니 별소리를 다 들어가면서도 박정희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지식과 경험과 정열을 1백% 쏟아넣어 일해왔다』며 자신의 회장직 사임이 「특단의 조치」였음을 우회적으로 피력.
○…이날 회동후 김 총장은 『만사제쳐놓고 서울로 올라가셔서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심사숙고 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김 총장은 그러나 『회사문제가 정리되는대로 귀경할 것』이라며 『우리모두 기대해보자』고 언급.
서 의원은 『진솔한 말씀을 드렸다』면서 『내각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역시 부인.
서 의원은 또 『김 총재 입장을 더도 덜도 없이 박 최고위원에게 모두 말씀드렸으며 두분의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박 최고위원이 귀경하면 김 총재와 바로 만날 것이므로 오늘 전달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해 모종의 수습안이 제시됐음을 시사.
○…한편 회동장소 주변에서 최재욱실장과 서 의원이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한동안 눈에 띄었는데 서 의원은 최 실장에게 간곡하게 협조를 당부하는 눈치.
그러나 최 실장은 들릴듯말듯한 소리로 『괜히 만나 잘못되면 모두가 끝장이므로 사전에 정지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해 매우 조심스런 자세. 이날 포철에서의 7인 회동 결과와 관련,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뭔가 돌파구가 열리는 것 같기도 하다』며 오랜만에 비관적인 자세에서 탈피.
○…이번 파문과 관련해 당 주변에서는 노태우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이 최근 박 최고위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토록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미확인 설이 나돌고 있어 주목.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광양에서 박 최고위원을 25분간 만난 자리에서 포철회장직 사퇴와 선대위원장직 고사입장을 전해듣고 민자당의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박 최고위원이 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박 최고위원측으로부터 흘러나와 이같은 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
또한 청와대의 한 고위비서관도 최근 박 최고위원의 포철내 측근들과 접촉해 포철 임원들이 나서서 박 최고위원을 설득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유포.<포항=정진석기자>포항=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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