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8명 후손 없나요”/46년 일 규슈서 공사중 사고사/본적·나이·주소등 기록한 명단/유골함께 구마모토사찰 보관광복 이듬해 일본에서 비행장 공사도중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유골을 43년만에 되찾아 지난 89년 고국땅에 모셨던 허윤정씨(68·여·서울 마포구 상수동 130)는 일본에 함께 안치돼 있는 한국인 8위의 후손을 애타게 찾고 있다.
허씨는 『아버지의 유골은 천신만고 끝에 찾아내어 어머니곁에 모셨지만 일본절에 함께 있던 한국인 유골 8위가 찾는 이도 없이 쓸쓸하게 방치돼 있어 안타깝다』며 기일이 46년 6월7일로 기록돼 있는 김석보씨(당시 49세·본적 경북 영일군 장기면)와 나이·주소도 없이 성명만 기록돼 있는 한행남,신점수,이명암,한복기,문종복,박용후씨의 후손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20년대초 아버지 허달문씨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가족들과 헤어져 일본으로 건나간 뒤 장녀인 허씨는 8세되던 32년 3월 어머니 홍수임씨 여동생 점남씨(63)와 함께 일본 아버지 곁으로 갔다.
공사장에서 품팔던 아버지,밥집을 하던 어머니와 함께 규슈 구마모토시 신수이(신수)구에서 살며 건군심상고등소학교를 다니던 허씨는 광복되던 해 12월 『일을 정리하고 곧 뒤따라가겠다』는 아버지를 남겨둔 채 어머니와 여동생,일본서 태어난 남동생 둘과 함께 귀국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와 마지막 이별이 됐다.
그동안 두어번 일본을 드나들다 89년 7월 다시간 허씨는 아버지 생전에 큰신세를 졌다는 재일거류민단 구마모토본부 고문 김현구씨(76·상업)와 일본 소학교 동창생 무라카미 히로토씨(65·촌상유인) 등의 도움을 받아 수소문 끝에 구마모토시 건군전정에 있는 절 「진종사」에서 마침내 아버지 유골을 찾아냈다.
하늘색 보자기에 쌓인채 안치돼 있는 유골을 43년만에 발견한 순간 살아계신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허씨는 귀국하자마자 8년전 세상을 뜬 어머니의 분골을 뿌렸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자암 뒷산에 아버지의 분골도 뿌렸다.
그러나 허씨는 일본 진종사에 보살피는이 없이 남겨져 있던 한국인 유골 8위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최근에는 절에 8위의 명단만 남겨둔채 어느 납골당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가슴이 아파 다시 구마모토를 방문,후손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허씨는 『타국에서 숨진채 잊혀져 가는 8명의 어른들을 떠올리면 43년간 돌보지 못한 아버지 생각에 목이 메인다』며 『그들을 고국에 모셔올때까지는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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