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저지 움직임도 갈수록 증폭박태준 없는 포철. 당연히 예견할 수 있는 이 상황이 정치권의 혼미속에 불쑥 현실로 다가오자 포철은 물론 국내 전 철강업계가 벌집을 쑤신듯한 모습이다. 박 회장의 회장직 사의소식이 알려진 5일 이후 포철 간부진의 동반사표가 잇따르고 포항과 광양의 근로자와가족들이 사퇴번의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철강업계 대표들도 모임을갖고 박 회장의 사의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회장이 있었기에 오늘의 포철이 가능했고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포철이 있기에 국내 철강업과 공업의 눈부신 발전이 가능했다는 공감대가 박 회장의 사퇴철회 운동으로 이어져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가해지는 외압과 정실은 곧 부실로 연결되는 것이 한국 기업의 현실. 국내 기업들의 끊임없는 부침속에서도 포철만은 꾸준히 발전,창업 24년만에 세계 3위의 철강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외압과 정실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심없이 경영을 주도한 박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중론이다. 「공업의 쌀」이라는 쇠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포철이 부실해지면 전자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우리나라 공업부문의 거의 대부분이 근원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급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박 회장의 회장직 사의는 「포철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와 함께 국민적인 관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50여명 단식 돌입
○…5일 임원진의 동반사표를 결의한 이사회 결정으로 시작된 포철맨들의 사퇴저지 움직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폭과 강도는 더하고 있다. 6일 임원진의 사표가 첨부된 사퇴번의 요구서가 전달된이후 하오에는 1백33명의 연명건의를 든 부장단들이 북아현동 박 회장 집에서 40여분동안 박 회장에게 사퇴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포항공장의사원부인 1천여명이 가두시위후 포항본사에서 밤늦게까지 집단행동을 벌였고 집원 80여명은 버스편으로 올라와 7일 상오 박 회장을 면담,직원들의 뜻을 전했다.
포철 가족의 박 회장 사퇴저지 집단행동은 일파만파로 번져 7일 상오에는 광양공장의 직원부인 3천여명,하오에는 포항의 부인 2천여명과 작업조에 편성된 근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 및 협력업체 관계자 5천여명 등의 박 회장 의사의 배경설명과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또 노조는 박 회장 사의철회시까지 무기한 농성키로 했고 현장 책임자급인 주임 50여명은 단식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사퇴 정치외압 의심
○…이처럼 포철맨들이 상상이상의 강도로 박 회장의 회장직 사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은 박 회장이 없는 포철의 앞날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농성장의 각종 구호에서 볼 수 있듯이 갑작스런 사퇴선언이 낙하산 인사를 위한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정치적으로 몰아놓고 포철회장까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박 회장 개인에 대한 동정도 사퇴번의를 요구하는 농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의지는 단호하다. 6일 임원진들에게는 「사람은 진퇴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말로 자신의 뜻이 바뀔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부장단에게는 「몸은 떠나도 혼은 영원히 포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7일 포항의 근로자들을 찾아 자신의 뜻을 재차 밝혔다.
「포철이 흔들리고 있다」는 포철맨들의 공통된 정서로 미루어 박 회장의 회장직 사퇴저지 움직임은 포철의 주총이 열리는 오는13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 같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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