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의 기본합의서 발효와 부속합의서 채택으로 관계개선과 함께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남한조선노동당 간첩사건이 준 충격은 너무나 크다. 정부는 7일 대북성명을 통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와 적화노력의 포기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그것으로 끝낼 문제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차제에 우리는 정부의 대북 기본정책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전략 전반에 걸친 재검토를 촉구하고자 한다.이번 사건의 내용은 우선 정상적인 국가관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법한 행위이다. 북한은 남한과 불과 8개월전 기본합의서 발효에 이어 지난달엔 부속합의서를 채택,상호체제 존중과 함께 체제전복 및 비방행위를 않기로 민족 앞에 다짐했고 입만열면 평화를 외쳐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전부터 남한의 혼란조성과 체제전복을 위해 재야인사 수백명을 포섭하는 등 거대한 지하간첩망을 조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과거 자주·화해·민족 대단결을 천명한 7·4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 뒷길로는 대남 침략용 땅굴을 폈던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이다.
우리는 이번사건에서 드러난 북한의 범죄적 행위에 분노하면서도 정부당국의 실책과 태만에도 역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6·29선언이후 민주화 추세로 사회전체의 기장과 분위기가 이완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북한의 거물급 간첩들이 10여년째 남쪽을 안방 드나들듯 멋대로 드나들고 주민등록을 한채 상주하며 거액의 자금을 뿌리고 많은 사람을 포섭하는 간첩행위를 공공연하게 하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을 무슨말로 변명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북한을 종래의 적대관계에서 민족 동질성에 의한 공존공영의 파트너로 규정한 7·7선언을 법제손질과 대국민계몽 등 아무런 보조장치도 없이 폭탄선언식으로 발표함으로써 그이후 국민에게 커다란 혼돈과 혼란을 안겨주었고,그같은 실책의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뿐인가. 기본합의서가 발효된 후에도 핵상호사찰이 이뤄지기 전에는 남북간의 경제협력 등 실질적 교류는 「일체불가」라고 했으면서도 공공연히 남북교역이 이뤄지고 재벌그룹 총수들은 앞다퉈 평양을 다녀왔으며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를 초청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간첩사건을 발표하던 바로 같은날에는 남포조사단의 북행을 허가하는 등 갈팔질팡 식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면서도 기왕의 남북합의,즉 11월부터 기본합의서에 따른 4개 공동위를 가동시켜 판문점 면회소 설치,이중과제 방지 및 투자보장 합의서 각성,해로개선 논의 등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있다.
물론 기본합의서는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각규부총리 방북 및 경제조사단 파견 등 일체의 경제교류 계획을 보류하고 정치 군사분위를 앞당겨 열어 북한에 대해 이번 사건을 따지는 일이 선행돼야 옳다. 북한이 진실로 남한과 화해할 의도가 있는가를 분명히 확인하고 저들의 잘못을 어떤 형태로든 못박고 넘어가야 한다. 결코 적당히 넘겨서는 안된다. 틈만 있으면 침투·교란·전복·적화를 기도하는 북한에 이용만 당하는것이 북방정책이라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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