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무난… 「한시성」 소신행정 유리/「이전투구 선거전」 극복 성패 달려노태우대통령이 7일 학계원로인 현승종 교총회장(72)을 새 총리에 지명함으로써 헌정사상 초유의 중립선거관리내각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국민들은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 중립내각 출범을 기대와 관심속에 바라보고 있다.
현 총리 내정자가 총리직 수락여부를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한 것도 역사상 가장 깨끗한 선거를 치러내야 한다는 소명감과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현승종 중립내각」은 노 대통령이 고사하는 사람을 거듭 설득해 탄생시켰고 민자 민주 국민 3당도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어 진통끝에나마 순조로운 출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각료인선 과정이 남아있고 일각에서는 중립내각이라는 성격상 난산의 우려도 있는게 사실이나 8일 국회의 총리임명 동의와 총리의 각료인선 제청절차를 거쳐 9일까지는 내각개편이 완료돼 새 내각이 출범하는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현 총리서리 발탁의 주요배경은 중립내각의 취지 그대로 그의 「중립성」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 총리서리는 역대 어느 정권과도 「연」을 맺지 않았고 46년간을 교직생활로 일관해 왔다.
지역적으로도 이북출신으로서 앞으로 있을 대선구도와 관련해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불편 부당한 인물이라는 점과 함께 청와대측이 당초 총리인선 원칙으로 밝힌 국민적 신방과 행정적 국정수행 능력 면에서도 현 총리서리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3당이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3당 대표들은 노 대통령이 개별회동때 의중에 둔 현 회장의 총리인선에 대해 넌지시 의향을 물었을때 이미 무난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 지지속에 출범하는 중립내각이라해도 전도가 환한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임기가 4개월 남짓이면 끝나게 되어있는 「한시내각」이라는 점이 우선 꼽히고 있다.
임기의 한시성이 오히려 새 총리의 소신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높으나 공명선거관리 의지가 명실상부하게 실천으로 나타날 수 있으냐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노 대통령도 이점을 염두에 둔듯 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선거사상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내가 앞장서 진두지휘하겠다』는 말로 중립내각에 대한 철저한 뒷받침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특히 정치인 정당인들부터 선거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내가 엄격히 다스리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이는 중립내각이 역사적 소명의식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선거관리를 해나갈 것을 미리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9일 중립내각 출범에 즈음한 대국민 담화도 발표,공명선거 의지를 재강조하면서 새내각에 힘을 불어넣어줄 방침이다.
이와같이 대통령의 의지가 뒷받침된다해도 중립내각으로서는 제정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립내 나가느냐에 따라 공정한 선거관리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각 정당들은 현재 중립내각의 탄생을 반기고 있지만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면 어차피 정당생리상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과거처럼 집권여당의 뒷받침도 없는 중립내각이 이를 어떻게 극복 조정해 가느냐에 중립내각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각당과의 관계정립 문제는 대선전 이전인 정기국회에서부터 시험받게 돼있다.
또 엄정한 선거관리를 지상명제로 부여받은 내각이지만 대통령 임기말의 현상이랄 수 있는 기강해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정수행 능력을 발휘해야할 처지이다.
자칫 국책사업 문제나 예산처리 과정에서 과거처럼 여당의 지원도 받지못하고 야당의 공세에 휘말려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공명선거가 국민적 여망이고 그같은 염원이 중립내각 출범으로 나타났다고 할때 중립내각으로서는 국민적 지지가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신있는 국정수행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많다.
여기에는 물론 각당의 중립내각의 역사성에 대한 이해와 협조,공명선거의지 등이 함께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승종 중립내각」은 선거풍토의 일대 쇄신을 통해 새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정치문화에 새지평을 성공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역사적 실험무대에 섰다고 할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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