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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고질… 치유책 없나(도박병: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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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고질… 치유책 없나(도박병:7)

입력
199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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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붐속 「전자노름」 불길/고스톱·포커·빠찡꼬등 북새통/국교생·회사원등 “너도나도”/업주들 승률조작 폭리/봉급날려 가정 파탄도도박에도 컴퓨터의 물결이 거세다. 첨단전자화한 도박기구는 스트레스가 많고 혼자만의 승부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현대 도시인들의 욕구에 편승,급속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전자오락기기나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은 일정한 해방감과 휴식을 제공하지만 갈수록 사행·도박 프로그램이 개발·보급되면서 오락차원을 넘어 도박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다보니 금전상의 피해는 물론 정서파탄상태까지 유발된다.

또 컴퓨터에 친숙한 세대일수록 전자도박에 몰입,사행문화의 저연령화가 가속되고 있다.

서울 종로 영등포 청량리와 강남일대 유흥가는 물론 대학과 학원가,초·중·고교 앞까지 침투한 전자오락실에서는 고스톱·포커·빠찡꼬 등 사행성 컴퓨터도박이 매일 벌어진다.

업주들은 현행법상 관광호텔 슬롯머신에만 허용된 시상금제를 내걸고 베팅과 승률까지 조작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고스톱은 전자도박에서도 가장 대중화한 종목. 5천원을 내고 기본점수 1백점을 받아 시작하는 이 도박은 일반고스톱과 다를 바가 없다. 피박 싹쓸이 흔들기 등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며 청단 초단 홍단 등은 당초 건점수의 5배,3광 20배,고도리 50배,5광은 무려 1백배의 점수가 주어져 2백점 단위로 1만원을 환불받게 된다.

전자포커 역시 5천원에 기본 2백50점으로 시작되는데 카드무늬가 스트레이트 플러시일때 1천점,포카드 7백점,풀하우스 1백점식으로 가산해 2백50점당 5천원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규정만 이렇게 돼있을뿐 실제로 돈을 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시내에만도 3백여군데로 추산되는 업소는 「승률 90% 이상」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음료수,담배를 무료제공하며 손님을 끌고 있지만 『10% 이하의 이익을 보려고 오락실을 경영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한 업주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손님들은 돈을 딸 수 없게 돼 있다.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초년사원 박모씨(28)는 1년전 퇴근길에 「따도 그만 잃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회사근처 오락실에서 전자포커를 했다. 처음엔 1만원만 잃고 미련없이 일어섰으나 점차 점심시간은 물론 근무시간에도 오락실에 찾아갈 만큼 박씨는 「컴퓨터 도박환자」가 돼버렸다. 결국 박씨는 3개월만에 봉급의 4배에 이르는 3백만원을 날렸다.

서울 K고 2년 김모군(18)은 최근 전자오락실에서 고스톱을 하다 이틀만에 등록금과 용돈 20만원을 잃고 친구들에게 빚을 지게 됐다.

기존 슬롯머신을 컴퓨터에 응용해 손잡이 대신 버튼을 사용하는 전자빠찡꼬도 인기 있는 도박프로그램이다. 돈을 걸고 버튼을 눌러 같은 숫자·문자·그림 3∼4개가 일렬로 나타나면 최고 50만원을 받게되는 이 도박은 한번에 최고 2천5백원까지 걸 수 있어 3백원이 법정상한액인 관광호텔 카지노보다 훨씬 판돈이 크다.

회사원 정모씨(37)는 3년전 친구들과 빠찡꼬를 시작,거의 매일 오락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다가 4개월만에 1천5백만원을 탕진한 뒤 부인과 이혼까지 했다.

개인택시 운전사 서모씨(56)는 비번인 날에 전자오락실에 드나들다 어렵게 마련한 택시를 저당잡히게 됐다.

전자도박은 컴퓨터문화의 확산속에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 청계천과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불법복제된 도박프로그램은 다방 당구장 등 접객업소는 물론 퍼스널컴퓨터를 갖춘 가정에까지 침투했다.

사행심을 부추기는 불법 전자도박의 확산에 대해 업자들은 『오락실의 설립과 운영은 주인 혼자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뒤를 봐주는 경찰과 폭력조직이 있다는 뜻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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