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립」이후 세력재편 타진/노 대통령·정주영대표 회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립」이후 세력재편 타진/노 대통령·정주영대표 회동

입력
1992.10.07 00:00
0 0

◎「노­정 우호」 과사 빈사이익 노려/9·18 실천의지­제도장치 강조6일 노태우대통령과 정주영 국민당 대표 회동은 「9·18조치」의 철저한 실천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노·정간의 껄끄러웠던 관계를 공식적으로 회복시키자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동서 양인은 「9·18조치」의 가시적 후속작업인 중립내각 구성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했다. 회동자체가 이 문제를 논의키 위한 것이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중립내각 문제에 대한 집중적 논의는 단순히 내각인선의 차원을 넘는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중립내각 논의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대선에서의 철저한 중립유지를 재차 요청하는 한편 그에따른 범여권내 세력재편의 가능성도 함께 타진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 대표는 회동에서 내각인선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노 대통령의 강력한 중립실천 의지 부분에 비중을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9·18정신에 벗어나지 않는 인사라면 누가 되든지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대표는 구체적 인물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았으나 중립내각의 성격 및 필수교체 범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일단 선거와 관련있는 정치성 부처의 장관은 반드시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특히 법무 내무 공보처 정부1장관들의 교체를 주장하며 이들 정치성 자리의 교체가 9·18정신의 국민적 신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또 중립내각 구성원중 선거에 관련있는 장관은 9·18정신을 적극 지지하고 이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개인적 소신을 대국민 선언 형식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입장표명에는 내각의 구체적 구성원보다는 노 대통령의 중립의지가 대선의 공명성 보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정 대표는 총리후보를 구체적으로 추천하지 않은채 신문에 거명되고 있는 인물 정도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식의 완곡한 의사표현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정 대표는 안기부장의 유임문제에 있어서도 이제까지의 표면적인 강경태도와는 달리 유연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안기부장을 교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노 대통령의 설명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채 양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대표는 그동안 안기부의 정치개입에 강한 반감을 가져왔던 만큼 향후 안기부의 정치개입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정 대표는 중립내각 구성시 총리를 먼저 임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은뒤 다시 총리가 제청하는 방식으로 개각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이처럼 절차의 합헌성을 강조한 것은 신임 총리에 최대한의 권한을 확보토록 배려하는 동시에 대선에서 철저한 법치유도를 통해 기회균등을 보장 받겠다는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단체장 선거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내실시를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현실적으로 단체장 선거의 연내실시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는듯하다.

정 대표는 그러나 이를 대체할 실현가능한 방법으로 3·24총선 이전에 임명된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선전에 모두 자리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이날 회담에 앞서 2∼3개월전 노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가졌던 사실을 밝힌데서 볼 수 있듯 이날 회동을 통해 노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과시하고 실제로 관계개선을 모색한 것으로 관측된다. 순수 야권보다는 여권에 가까운 「색깔」을 갖고있는 국민당으로서는 노 대통령의 중립선언으로 민자당 및 여권의 세력재편 가능성이 보이는 현시점에서 그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을 가능한한 민자당,즉 김 민자총재로부터 떼어놓고 상대적으로 자신과 가깝게 투영시킴으로써 여권의 이반을 가속화 시키고 이탈세력과의 연합 또는 흡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 대표는 이날 철저한 중립유지를 전제로 향후 정부의 건설적 정책에 대한 지원과 노 대통령의 정치적 사후 입지보장 등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