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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물가/두 토끼 동시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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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물가/두 토끼 동시에 잡힌다

입력
199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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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자금수요 줄어 3조원 놀리기도/남은 돈 당국서 흡수 물가불안 사전봉쇄/중기 자금난엔 별도대책 세워야「금리도 잡고 물가도 잡겠다」

금융당국의 「야심찬」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고금리를 잡으려면 돈이 풀려 물가를 놓치고,물가를 잡으려면 돈이 말라 금리가 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금리도 잡고 물가도 잡는다』는 것은 두마리의 토끼를 쫓는 과욕이다.

그러나 요즘의 현상은 이러한 통념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새로운 논리로 무장,이런 「통념」을 일축하고 있다.

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시중의 자금 가수요를 줄여 금리를 내리고 이에따라 남아도는 돈은 더 줄여 물가 불안마저 없앤다는 게 새로운 논리의 골격이다.

금융당국은 올들어 금리인하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설정했다. 20% 안팎에 달하는 고금리로는 도저히 기업을 꾸려갈 수 없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인정,금리 낮추기에 온 힘을 투입했다. 은행과 단자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제적인 금리지도라는 무리수도 간간이 섞여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금리는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시장실세금리 지표인 회사채 유통수익률(3년짜리)은 지난해말 19.05%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6월엔 17%로 떨어졌고 8월말엔 다시 16.06%로 하락했다.

이같은 금리하락 추세는 금융당국의 단기적인 노력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 상반기중 6.8%로 둔화될 정도로 기업의 기본적인 자금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몫 거들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자금 가수요 진정책으로 기업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금수요가 줄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어디서나 쉽게 돈을 벌 수는 없게 됨으로써 무조건 은행 돈을 빌려쓰는 풍조가 사라졌고 따라서 돈값인 이자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9월말이 되자 돈이 남아도는 현상이 더욱 본격화됐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10월들어 14%대로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은 돈빌려 줄 곳이 없어 3조원이 넘는 하루짜리 자금을 이자가 제로인 상태로 놀려야 했다.

이 남는 돈을 놓고 한차례 고비가 왔다.

금융당국 내에서 재무부는 금리를 더욱 낮추기 위해 남는 돈을 그대로 둔채 한은 재할금리를 인하하는 공금리 인하조치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이에대해 남는 돈을 일단 흡수,과잉유동성에 의한 물가불안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양자간의 정책협의에서 공금리인하 검토는 없던 일로 됐고 논란 끝에 남는 돈을 단계적으로 흡수조절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따라 한은은 6일 은행들에 9천억원어치의 통화채를 팔아 시중유동성을 흡수했다.

통화량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금리하락을 유도함으로써 물가불안의 위험성이 없어지고 더 나아가 수요가 없는 돈은 통화당국이 흡수해 물가불안의 싹을 없애버린 것이다.

물가는 90,91년에는 9% 이상 뛰었으나 올들어서는 상승률이 꺾여 9월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로 5.7% 수준으로까지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금리와 물가의 동반하락 가능성이 일단은 제시된 셈이다. 그러나 고금리와 인플레의 동시 치유가 그리 간단한 문제일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금리하락이 당장은 대기업에 해당되는 일일 뿐 중소기업은 여전히 자금구득난에서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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