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끝 결단”… 정계은퇴와 버금가는 무게/“세결집땐 「반김대열」 합류 가능성” 분석도노태우대통령의 「9·18조치」후 향후 거취문제를 놓고 장고를 해온 박태준 최고위원이 결국 백의종군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민자당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이 탈당계를 제출한 5일 포철회장직의 사퇴의사를 밝힌데 이어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는것은 물론 최고위원직까지 내놓고 평의원으로만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의 주변으로부터 전해지자 당지도부는 충격을 받고 있다.
박 최고위원의 이같은 결심은 한마디로 「백의종군」으로 집약될 수 있으나 그가 이제까지 민정계의 관리자로서 맡아왔던 당내역할을 감안할때 사실상 「정계은퇴」에 버금가는 무게를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영삼총재 등 당 지도부가 현재 박 최고위원의 마음을 돌리려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끝내 그를 설득치 못할 경우 「9·18조치」이후 동요 내지는 관망자세를 보여온 일부 민정 공화계 인사들을 크게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박 최고위원은 아직까지 자신의 입장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언급치 않고 있으나 지난 2일 광양제철4기 준공식후 노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평의원으로 남아 한일 의원연맹 회장일에만 전념하고 싶으며 백의종군하는 입장에서 대선을 돕겠다』고 말했으며 노 대통령의 만류에도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또 4일 낮 김 총재의 요청으로 가진 단독오찬 회동에서도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 지휘해달라는 김 총재의 권유에 「능력부족」을 이유로 고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와의 회동이 끝난 뒤 이날밤 박 최고위원을 만난 민정계 중진의원들은 『박 최고위원이 오랜 생각 끝에 내릴 결론이라 좀처럼 결심을 뒤집기는 힘들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의 결심이 민자당의 정권재창출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당 지도부의 권유대로 「당내결속」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 정치상황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한 측근은 『박 최고위원은 지난 경선에서 반 YS의 입장에 섰지만 민정계의 관리자라는 책임때문에 「노심」에 따라 애써 마음을 억눌렀다』면서 『노 대통령까지 떠난 마당에 이제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싶다는게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재의 정치스타일에 대한 그의 불만도 적지않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박 최고위원의 측근은 『9·18조치로 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김 총재가 한번도 마음을 털어놓고 의논해오지 않는데 대해 박 최고위원은 여러가지로 고심을 해왔다』고 전했다.
어쨌든 박 최고위원의 결심이 공식화했을때 민자당은 대선가도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게될지도 모른다.
동기여하에 관계없이 그가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자당의 정권재창출에 적극협조치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민정·공화계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 공조직은 민정계,사조직은 민주계로 대별되는 민자당의 현실을 감안할때 박 최고위원이 전면에서 후퇴하는 것은 곧 당조직의 일정분을 무기력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전망은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범여권의 세력일부가 이미 김 총재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민자당의 대선전략에 차질을 빚게할 공산도 적지않은게 사실이다.
또 현재로서는 박 최고위원이 신당창당 세력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박 최고위원의 행보가 백의종군이후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신당을 추진중인 정호용의원이 지난 28일 박 최고위원을 극비리에 찾아가 신당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이 자리에서 박 최고위원은 여러가지 각도에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가 일부에서는 앞으로 일정시점에서 반 양김 여론이 높아지고 세결집이 확산되면 평소 소신대로 반 양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이 어느곳에 안착하게될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박 최고위원을 끌어들이는 것을 대선에의 선결과제로 생각하는 김 총재가 특유의 「적극성」을 가지고 박 최고위원의 설득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이를 위해 노 대통령에게 간접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금명간 북아현동 자택으로 박 최고위원을 찾아 삼고초려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주중 있을 전망인 박 최고위원의 공식입장 표명이 주목되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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