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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섣부른 개입땐 CIS균열 가속/그루지야 사태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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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섣부른 개입땐 CIS균열 가속/그루지야 사태 어떻게 되나

입력
1992.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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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중재 촉구속 국제분쟁 비화 가능성/옐친­셰바르드나제 반복 조속해결 난망독립국가연합(CIS)의 중추국가인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구르지야내 압하스 자치공화국의 유혈분쟁을 놓고 군사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최악의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루지야가 3일 영토내 구 소련군이 보유했던 무기와 탄약은 물론 군사기지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인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러시아가 「묵과할 수 없는 조치」라며 발끈한 것이다.

이에따른 CIS체제의 붕괴를 우려한 미국과 독일 등 서방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사태중재를 촉구하는 등 자칫하면 국제적인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CIS체제의 핵심 인물격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의 대립과 반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조속한 사태해결 가능성도 난망한 실정이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는 지난 8월13일 그루지야 정부가 즈비아드 감사후르디아 전 그루지야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그루지야내 압하스 공화국에 3천명의 병력을 투입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50만그루지야 인구중 7%를 차지하는 회교계 소수민족인 압하스인들은 이를 자신들의 독립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그루지야의 음모로 보고 무력항쟁을 전개해 왔다.

이후 2백명이 넘는 사망자를 포함해 1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혈전이 계속됐다.

압하스 분리독립 세력의 저항은 완강했다. 이들은 이웃 러시아의 카프카스 지구 독립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2일 그루지야의 흑해연안 거점도시인 가그라시를 전격 점령했다. 그루지야 정부군은 「세불리」를 절감케 됐고 무기와 탄약 등 필수 군수품이 모자라자 구 소련군의 자산인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셰바르드나제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어 가그라에 대한 재탈환 작전을 지시하고 『필요할 경우 국민총동원령도 불사해 이 지역을 탈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루지야 사태는 옐친 대통령이 그루지야 민족분쟁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옐친은 3일 셰바르드나제와의 전화통화에서 7만6천명 가량의 그루지야내 러시아 주민보호를 위해 군병력 파견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옐친 대통령의 이러한 경고는 무엇보다도 구 소련군의 무기 및 병력문제를 자신과의 사전협의 없이 그루지야가 독단적으로 흡수결정을 한 강력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셰바르드나제 의장은 옐친이 이끄는 CIS체제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을 통해 『CIS체제로는 민족갈등과 영토분쟁 등 들끓는 현안의 해결은 요원하다』고 밝히며 옐친 대통령을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루지야내 구 소련군의 자산인수 조치도 옐친의 반발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한 셰바르드나제의 위험한 승부수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격화되고 있는 그루지야 내전에 기입한다해도 압하스 분리세력과 그루지야 정부군의 중재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이나 독일이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 비롯된다. 러시아가 섣불리 그루지야 내전에 개입해 유혈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태의 파장은 CIS전역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미국공관이 나토의 사태중재를 자청하고 나선것도 그루지야 사태가 CIS체제의 균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여하튼 이번 그루지야 사태는 봇물터지듯 하는 CIS내의 민족분규가 CIS지도부의 보혁갈등 및 경제난과 겹쳐 현체제의 재편을 앞당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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