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제3자 위치 견지” 강조/내면유대결별첫발 엇갈려노태우대통령이 5일 여의도 민자당사를 방문,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민자당의 위상은 집권여당에서 원내 다수당으로 공식화 됐다.
이로써 6공 정부와 민자당간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졌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무당적 대통령」이 이끄는 「중립정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민자 당적 이탈은 「9·18조치」이후 여러갈래에서 그 의미가 조명돼 왔지만 무엇보다 연말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는 액면 그대로의 성격에 보다 큰 정치적 무게가 실려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민자당사에서 있은 확대 당직자 회의에서 『9·18결단은 선거문화에 일대 혁신을 이루어 선거의 공정성 시비 등 고질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정치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확신하며 새로 들어설 정부의 정통성과 도덕성에 대한 시비가 해소돼 정치안정과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뒤집어 보면 연말대선과 관련,자신은 어떠한 영향력 행사도 없이 제3자로서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며 어떤 정파가 집권하든간에 개의치않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차기대선은 「기득권 포기」가 철저하게 전제돼야만 한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론적 수사의 「이면」에 대해 정치권,특히 민자당 내에서 아직까지도 궁금증의 시각을 접어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9·18조치」발표이후 여태껏 민자당의 내부 동요가 근원적으로 진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총재를 중심으로한 주류측은 노 대통령의 「9·18조치」에 내심 당황해 하면서도 이를 김 총재의 개혁이미지에 애써 접목시키면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여 왔다.
반면 민정계 소외그룹을 위시한 비주류측은 「9·18조치」를 김 총재의 일방드라이브식 대권 접근 행태가 빚은 결과로 간주하면서 민자당의 전도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표출시켜 오기도 했다.
즉,민자당내의 양쪽기류 모두 노 대통령의 탈당카드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 그야말로 「노심」을 읽기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명간 중립내각이 구성되면서 헌정사상 초유인 「무소속 대통령」 하의 정국분위기를 차츰차츰 실감하게 될것인만큼 노 대통령의탈당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마저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다.
벌써부터 박태준 최고위원의 거취문제를 둘러싼 당내 이상기류는 제2의 동요가능성과 함께 갖가지 정치적 관측과 예단을 양산하고 있다.
민주·국민당 역시 노 대통령의 「탈당진의」를 아직 완전히 해독하진 못했을 것이나 민자당의 경우와는 달리 환영일색에서 시작한 평온한 반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극히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민자총재측이 박 최고위원의 조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득작업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탈당 충격의 파급효과가 민자당측에 훨씬 큰 폭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민자당으로선 탈당여파의 수습을 위한 추가적인 모색기에 접어든 셈이며 박 최고위원의 거취여부는 노 대통령 탈당이후의 갖가지 정치적 변수를 앞질러 가늠해보는 잣대가 될 공산이 크다.
다만 대부분의 민자당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진정한 의중이 여전히 민자당을 떠나지 않고 있으며 9·18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그같은 「노심」의 실체가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날 당사에 들러 『민자당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아 역사 앞에 한점 부끄러움 없는 결실을 거두어 주기 바란다』며 당의 단합을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은 것에 다소 고무돼 있는 표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를두고 『외견상으로는 당과 결별한 것이 됐지만 내면적인 연대는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당사방문은 김 총재의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탈당」 아닌 「이당」으로 해석,오히려 민자당의 대선명분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해석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의 많은 정책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당정관계의 단절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비공식적인 실무적 협조관계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가깝게는 정기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기존의 당정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결국 민자당으로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 속뜻이 민자당에 유리한 것이건 아니건간에 최소한 민자당의 대선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보는 것 같다.
나아가 노 대통령으로서도 이날부터는 특정정파에 고무적인 자세를 취하는 일을 극도로 자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같은 환경아래서 민자당은 「홀로서기」외에 별도의 방도를 찾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노심」은 액면 그래로가 정답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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