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평가는 때와 곳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그러하다. 영웅이나 성현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말도 바로 이를 가리키는 것 같다. ◆지금 임기를 5개월도 채 안남기고 있는 노태우대통령에 대해서 나오는 평가도 여러 갈래이다. 민주화의 대업을 이룩한 대통령이라는 시각도 있다. 방북외교를 개척하고 마무리한 역사적 지도자로 남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다. 그런면이 있다는데 대해 부정할 사람도 없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경제난국과 사회기강의 해이,도덕성의 문란 등을 정치 지도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늘날의 한심한 세태가 대통령의 내치능력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지만 책임은 결국 지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 대통령을 서슴없이 혹평하기도 한다. ◆이러한 국내의 엇갈린 평가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논평한 미국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설은 「20세기 후반기 역사의 영웅」이라며 정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은 민주주의가 아시아에서 또하나의 승리를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하고 『노 대통령은 아시아의 새로운 세대의 민주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의 극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모든 다른 민주적 인사들처럼 내정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노 대통령은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20세기 후반기 역사의 영웅으로 대접 받게 되었다』고 잇고 있다. 정말 영웅은 자기 고향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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